3일 오후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국제서머스쿨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 대학생 220여명과 한국 학생 280여명이 500분 김밥 만들기에 도전했다. 이들은 행사장 중앙에 50m 길이의 테이블을 원 모양으로 잇고 테이블 위에 재료를 올려놓은 뒤 김밥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외국인 학생들도 한국 학생들의 시범을 금세 따라하면서 김 위에 밥과 소시지,계란 등 다양한 재료를 능숙하게 얹기 시작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을 찾은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문화 배우기가 한창이다. 성균관대 국제서머스쿨은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한국문화 체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김밥 만들기, 김치 담그기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한복 입고 김치 담그기행사장에서 온 손에 붉은 양념을 묻히고 배추 20포기와 씨름하던 피터 므라즈씨(슬로바키아 응용과학대학)는 "매운 양념 탓에 눈물을 계속 흘렸지만 김치는 한국에서 맛본 최고의 음식"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인 복장의 루벤 솜센씨(네덜란드 레이덴대학)는 "신분상으로는 피터보다 낮지만 편하기로는 내가 최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부침개 테이블에서 '뒤집기'기술을 배우던 독일출신 카밀라 블럼스키씨(네덜란드 폰티스대학)는 "프라이팬에서 잘 익은 부침개를 한번에 뒤집는 게 너무 신기해 집에 가서 다시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서머스쿨 참여 학생들도 지난주 서울시 숭인동 낙산 묘각사에서 108배 체험행사를 가졌다. 33명의 외국인 학생들은 흰 고무신과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석가모니 부처상이 있는 선방에서 절을 올렸다. 크리스텐 페스트카씨(뉴욕주립대 제네시오)는 선 채로 합장하고 무릎을 꿇어 자기 앞에 준비된 참선 좌복(방석)에 앉았다. 이어 오른손부터 왼손 순으로 손바닥이 바닥에 닿게 내려놓은 다음 이마가 바닥에 닿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108배를 하고 염주를 다 꼬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그는 "108배를 통해 마음을 깨끗이 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멜린다 수산토씨(호주국립대)는 "처음엔 절의 순서를 기억하는 게 너무 어려웠지만 108번째 절에 가까워질수록 무념무상의 상태에 들어가는 나를 보고 놀랐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국제서머스쿨의 찰스 터너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는 "딱딱한 강의실에서 책만 읽는 것보단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전 세계 학생들이 한국문화를 체험해 더욱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