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업종 대표주들이 박스권 증시에서 약진하고 있다. 증시에서 '대장주'로 불리는 이들 간판주는 지난 5월 이후의 지루한 박스권에서도 1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국내 증시가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가 흐름이 불안한 중소형주 대신 안정적인 대형주를 찾는 투자심리가 강해진 데다 2분기에도 빼어난 실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로 매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장주들이 해외 경쟁 업체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기대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아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며 당분간 이들의 '전성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횡보장에서 10곳은 1년 신고가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1개 업종의 시가총액 1위 기업 중 10개사가 횡보장세가 시작된 지난 5월 이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대차가 지난달 26일 7만6200원까지 오르며 1년 신고가를 새로 썼고 앞서 같은 달 15일에는 LG전자가 12만6000원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SK에너지 LG화학 NHN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도 신고가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전자는 두 달여 만에 60만원을 다시 돌파했다.

대장주들이 상승세를 이어감에 따라 시총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21개 업종 대표주들이 전체 유가증권시장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49.0%로 횡보장세가 펼쳐지기 직전인 5월 말에 비해 0.5%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해당 업종에서 대장주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이 기간에 현대차는 자동차업종 내 시총 비중이 39.4%에서 40.5%로 증가했고 신세계는 38.6%에서 42.0%로 급등했다. LG전자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LG와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대장주들의 강세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함께 안정적인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증권정보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4468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90.6%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847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74.2%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G는 전 분기보다 126%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국내 업종 대표주들은 전 세계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수혜의 폭이 커지고 있는 데다 이익 증가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돼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들에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글로벌 경쟁 업체들에 비해 대장주들의 주가 강세가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7.7%가량 상승했지만 미국 인텔과 일본 도시바는 각각 1.3%와 1.1% 오르는 데 그쳤다. 현대차(5.0%) 기아차(8.7%) 신세계(21.6%) 등도 오름세를 보인 반면 일본 도요타와 미국 월마트 등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추가 상승 여력 높아

전문가들은 업종 대표주들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 가능성이나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등을 감안할 때 해외 경쟁사보다 국내 대표 기업들의 기대수익률이 훨씬 높다"고 판단했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8.5배로 인텔(30.7배)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LG전자(14.0배)와 LG디스플레이(39.6배)의 PER 역시 동종 업체인 일본 마쓰시타(116.0배) 등에 비해 크게 낮다.

포스코와 현대차는 주당순익과 배당수익을 기준으로 추정한 향후 1년간 기대수익률이 각각 12.7%,12.6%로 조사된 반면 신일본제철과 도요타의 기대수익률은 6.2%와 5.0%에 그치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과 대장주들의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온 점도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분석부장은 "2004년부터 올 1분기까지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개선되는 국면에서 대형주가 상승한 확률은 76%로 중형주나 소형주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고 지적했다. 조 부장은 "2분기부터 시작된 경제성장률 상승세가 내년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장주들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신뢰감이 쌓이면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대상이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는 업종 대표주들로 압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인설/강지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