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 초상이 들어간 5만원권이 유통된 지 2주일가량 지났다. 1만원권을 9%나 대체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장애도 아직 발생하지 않는 등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5만원권이 여전히 눈에 띄지 않고 ATM이 부족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이 지난달 23일 공급되기 시작한 이후 이달 3일까지 총 5490만장,2조7454억원이 공급됐다.

3일 화폐 발행잔액 30조3478억원 중 9%가 5만원권이다. 이 기간 중 1만원권 비중은 92.2%에서 83.7%로 낮아졌다.

일각에서 문제로 제기했던 '벌어짐 현상'은 기우로 판명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벌어짐 현상'이란 부분노출 은선의 아래나 위쪽에 작은 틈이 생기는 것을 말하며 ATM에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이내황 한은 발권국장은 이와 관련,"현재까지 이로 인해 ATM에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위조화폐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인 서태석 외환은행 금융기관영업부장은 "5만원권은 위 · 변조 방지 장치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5만원짜리는 시중에서 구경할 수 없고 카지노나 경마장에선 넘쳐나고 있다. 한 대형 백화점은 하루 평균 현금결제액 9000만원 가운데 5만원권은 250만원(2.8%)에 그쳤다고 전했다.

할인점이나 식당 등에서도 2만~3만원이 넘어가면 대부분 신용카드를 쓰고 있으며 5만원권을 쓰는 소비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반면 강원랜드 안에 있는 신한은행 사북지점은 지금까지 5만원권을 50억원어치나 공급했다. 이는 본점 영업부 공급액의 9배를 넘는 규모다.

농협 과천 마사회지점에도 지난주 2억원어치의 5만원권이 들어왔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올 연말께 5만원권 비중이 40%가 되면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