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경영대학원 교수인 에드거 샤인은 '기업문화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학문적 성과를 제시해 왔다. 그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째 기업에 작용하는 문화의 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내려진 의사 결정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애플은 기술과 엔지니어 일변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존 스컬리라는 마케팅 전문가를 CEO(최고경영자)로 영입했지만 기존 문화의 저항에 직면해 새로운 시도가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 IBM은 일반인의 고정 관념과 달리 영업과 마케팅을 중시하는 가치가 조직에 내재하고 있었고,덕분에 루 거스너라는 마케팅 전문가를 CEO로 영입해 회사를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둘째 조직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경영자의 의식 속에서 문화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문화를 단지 일을 처리하는 방법,사내 관습이나 풍토,기본적인 가치 등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모두는 문화의 일부 요소에 불과하다. 샤인 교수에 의하면 문화는 관례나 풍습,조직 구조나 프로세스 같은 인위적인 요소 외에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나 원칙,무의식적으로 공유되는 암묵적 가정 등 3단계로 구성돼 있다.

특히 샤인 교수는 기업이 어느 성장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문화 변화의 본질이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래도 창업과 기업 성장의 초기 단계에서는 조직의 정체성과 명백한 능력을 정의하고 이를 강력하게 고수하게 된다. 창업자의 가치와 철학이 사업에 적극 반영되고,이들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다. 반면 성숙단계에서는 회사의 일상에 깊게 내재한 문화를 새로운 환경에 걸맞게 변화시켜야 하는데 이 때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

DEC는 전문가들에게 고가의 컴퓨터를 판매해 성공한 회사였지만,초보자들을 상대로 한 저가 PC 판매 사업에서는 실패했다. DEC의 핵심 기술 집단들이 초보자나 저가 PC에는 관심이 없었는데,이 기술자들 자체가 회사의 오랜 전통과 문화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결국 기업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