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플랜트 업체들이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의 '물꼬'를 텄다. 이달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약 84억달러(한화 11조원)에 달하는 정유 ·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거나 계약을 앞두고 있다.

작년 말부터 세계 실물경기 악화로 수주산업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확보한 것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각종 대형 발주가 재개된 덕분이다. 유가 상승으로 그동안 미뤄졌던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되면서 '오일머니'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환율 상승으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유지된 점도 힘을 보탰다.

◆오일머니 '사우디 대첩'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SK건설 등 3개 업체는 8일 28억4000만달러(한화 약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사우디 주베일 정유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3개사가 수주한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 알-주베일 지역에 하루 40만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수출전용 정유단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총 12개 공구로 구성돼 있다.

이 공사는 국내 업체들이 공구별로 단독 수주했다. 대림산업은 2공구 '산성가스 및 황 회수설비'를 건설하는 공정을 8억2000만달러에 따냈다. 이달 중 착공에 들어가 2013년 2월 완공할 예정이다. SK건설은 5공구 정유공장 신설 프로젝트를 4억2000만달러에 계약했다. 공사기간은 36개월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개 공구를 수주했다. 총 7억달러 규모의 3공구 방향족 플랜트는 연산 70만t의 파라자일렌과 연산 14만t의 벤젠을 생산할 예정이며 2012년 8월 완공된다. 4공구 공장은 하루 10만 배럴의 아스팔트 유분을 분해해 LPG(액화석유가스),나프타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공사금액은 9억달러 규모로 2013년 6월께 완공된다.

이달 연간 수주액 200억달러 돌파할듯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사우디 수주에 앞서 이미 사흘 전에도 '대박'을 터뜨리며 잇달아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지난 5일 알제리 국영 석유회사인 소나트랙으로부터 26억달러 규모의 정유 · 석유화학 플랜트 신 · 증설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달 안에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로부터 초저황 정유설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멕시코 프로젝트는 4억2000만달러 규모로,이미 최저가 입찰자로 선정돼 세부 조율 과정을 거치고 있는 단계다. 이로써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달에만 총 47억달러(한화 6조1000억원)에 가까운 수주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전력도 25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라빅 중유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최종 수주했다. 오는 11일 발주업체인 사우디 전력공사(SEC)와 최종 사업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사우디 제2 도시인 지다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라빅에 1200㎿급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두산중공업 역시 이날 베트남에서 5300만달러 규모의 발전설비를 수주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약 25㎞ 떨어진 동나이주 신흥공단지역에 들어설 2호기 복합화력발전소에 대형 배열회수보일러(HRGS) 설비를 공급키로 했다.

이로써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는 이달 들어 약 84억달러에 달하는 정유 ·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수주 실적을 올렸다. 이달 중 해외 플랜트 연간 수주액이 20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해외 플랜트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8.2% 증가한 500억달러로 잡았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된 데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미뤄뒀던 발주를 재개,해외 플랜트 건설 수주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라며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