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밤 11시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공사현장.자정이 임박한 시간인데도 이곳은 대낮처럼 불이 밝히고 수백대의 크레인과 많은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밤낮없이 몰아붙인 일정 덕분에 쌍용건설은 착공 18개월만에 55층(200·)짜리 호텔 타워 3개동(2600객실)의 골조를 완전히 마쳤다.당초 예상보다 두달이나 빠른 공정이다.완공은 내년초쯤으로 예상한다.

조명속에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호텔 형상은 ‘사람인(人)’자의 모습이다.특이한 것은 한쪽 건물이 다른 건물에 비스듬한 모양으로 기댄 형태로 지어졌다는 점이다.기운 각도가 지면에서 무려 52도나 된다.피사의 사탑의 10배다.

파격적인 외관으로 공사단계부터 관심을 끌고 있는 이 호텔은 이스라엘의 유명한 건축가 모세 사티프가 설계를 맡았다.8일 골조공사 마감을 축하하는 상량식 행사에 참석한 그는 “내가 봐도 놀랍다(astonishing)”고 표현했다.설계자까지도 실제 건축공사가 가능할 지 장담하지 못했기때문이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52도 기울기 공사의 해법을 찾기 위해 많은 날을 불면으로 보냈지만,쌍용건설의 기술력이기에 가능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52도 기울기의 비밀은 ‘강선’.철근의 5배 강도의 강선 19개(600㎜)를 꼬았다.이를 고무줄처럼 활용해 옆으로 쓰러지는 건물을 지탱했다.백휘 기술소장은 “케이블이 핵심 구성체인 현수교 공사 공법을 응용했다”며 “앞으로는 전세계에서 이 건물의 시공기술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남은 고비는 지상 56~57층에 놓여질 ‘스카이 파크’이다.축구장 2배(1만2000㎡) 길이의 철근을 3개동에 걸쳐 연결해서 얹는 방식으로 시공을 해볼 작정이다.

내년초에 쌍용건설의 기술력으로 호텔이 준공되면 싱가포르 관광책자는 완전히 다시 쓰여질 것이다.셸던 아델슨 샌즈 그룹 회장은 이날 상냥식 축하연설에서 “마리아베이 샌즈 호텔은 프랑스의 에펠타워,영국의 빅벤처럼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쌍용건설이 불가능을 가능케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7년 9월.쌍용건설은 영국 건설업체인 개몬사를 물리치고 공사를 따냈다.공사액만 6억8600만 달러(약 9000억원).단일 건축공사로는 국내 해외건설 수주사상 최고액이다.이 호텔은 싱가포르가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국책 사업으로 추진 중인 복합 리조트(IR·Intergrated Resort)인 마리나 베이 샌즈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김석준 회장은 “고난도 공사를 깔끔하게 해결하자 해외에서 많은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이미 조인트벤처를 추진 중이고 카타르 등 다른 중동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또 오는 9월부터 1·당 공사비만 8억2000만원이 들어가는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 공사에 들어간다.6억3300만달러(8200억원)규모의 공사인데도 경쟁사 없이 단독으로 수주했던 프로젝트다.

김 회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로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쌍용건설은 일찍부터 해외수주에 눈을 돌려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부가가치의 첨단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글로벌 건설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