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퇴직연금시장 '과열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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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모 방송사의 퇴직연금 사업자 입찰 현장.대부분의 금융사가 적용 금리를 실세금리 수준인 연 5%대로 제시한 가운데 한 증권사가 연 6.5%를 약속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앞세워 퇴직연금 시장을 싹쓸이하며 점유율을 48%로 높이자,위기감을 느낀 증권사가 금리를 앞세워 반격에 나선 것이다.
퇴직연금 시장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 말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에 대한 은행권의 쏠림현상을 지적하면서 "연금신탁 등에서도 과당경쟁 기미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면밀히 살펴보라"고 지시할 정도다.
그러나 김 원장의 지시 이후에도 퇴직연금 시장은 별 변화가 없다. 사정은 이렇다. 금감원에서 퇴직연금 감독을 맡은 보험서비스국 보험계리실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중기대출을 해주면서 사실상 '꺾기'성으로 퇴직연금을 유치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은행서비스국에 검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 내 은행파트에선 지난 5~6월 은행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꺾기'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모두 16개 은행에서 2231건의 '꺾기'를 적발했지만 정작 퇴직연금 쪽에선 적발사례가 없었다. 은행업감독규정에선 (돈을 빌린)차주와 예금주가 같은 것을 구속성 예금(꺾기)으로 보는데, 퇴직연금의 경우 차주는 중소기업이지만 예금주는 그 기업의 근로자여서'꺾기'로 볼 수 없는 제도적 취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꺾기' 조사를 하면서도 정작 말이 많았던 퇴직연금 꺾기 사례에 대해선 손을 놨던 셈이다.
그렇다고 보험계리실은 검사할 권한이 없다. 또 보험계리실이 나선다 해도 52개 퇴직연금사업자 중 30곳에 달하는 은행,증권 쪽은 "보험사들만 끼고 돈다"며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다. 이처럼 퇴직연금이 금감원 내에서 공중에 '붕' 뜨면서 시장은 혼탁해지고 있다.
퇴직연금은 금융권에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내년에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의무화되면 27조원(2008년 말 기준) 규모인 시장은 2015년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당 경쟁 속에 퇴직연금사업자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퇴직연금마저 불안해질 수 있다. 금감원이 규정 미비를 이유로 손을 놓아서는 안되는 이유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퇴직연금 시장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 말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에 대한 은행권의 쏠림현상을 지적하면서 "연금신탁 등에서도 과당경쟁 기미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면밀히 살펴보라"고 지시할 정도다.
그러나 김 원장의 지시 이후에도 퇴직연금 시장은 별 변화가 없다. 사정은 이렇다. 금감원에서 퇴직연금 감독을 맡은 보험서비스국 보험계리실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중기대출을 해주면서 사실상 '꺾기'성으로 퇴직연금을 유치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은행서비스국에 검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 내 은행파트에선 지난 5~6월 은행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꺾기'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모두 16개 은행에서 2231건의 '꺾기'를 적발했지만 정작 퇴직연금 쪽에선 적발사례가 없었다. 은행업감독규정에선 (돈을 빌린)차주와 예금주가 같은 것을 구속성 예금(꺾기)으로 보는데, 퇴직연금의 경우 차주는 중소기업이지만 예금주는 그 기업의 근로자여서'꺾기'로 볼 수 없는 제도적 취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꺾기' 조사를 하면서도 정작 말이 많았던 퇴직연금 꺾기 사례에 대해선 손을 놨던 셈이다.
그렇다고 보험계리실은 검사할 권한이 없다. 또 보험계리실이 나선다 해도 52개 퇴직연금사업자 중 30곳에 달하는 은행,증권 쪽은 "보험사들만 끼고 돈다"며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다. 이처럼 퇴직연금이 금감원 내에서 공중에 '붕' 뜨면서 시장은 혼탁해지고 있다.
퇴직연금은 금융권에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으로 통한다. 내년에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의무화되면 27조원(2008년 말 기준) 규모인 시장은 2015년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당 경쟁 속에 퇴직연금사업자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퇴직연금마저 불안해질 수 있다. 금감원이 규정 미비를 이유로 손을 놓아서는 안되는 이유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