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개발한 국내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8일 전격 공개되며 시판에 돌입했다.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출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연비를 절약하기 위해 제동 중 엔진을 끄는 '오토스탑(Autostop)' 기능, 전기모터를 구동하는 배터리 문제와 주행성능 등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과 실제 연비·연료비 절약 효과 등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며 개발진을 곤혹스럽게 해 왔다.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출시 발표회가 있었던 8일,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공식 시승회가 경기도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열렸다.

◆외관…"반갑다, '연비중심' 아반떼!"

베일을 벗은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지금껏 사진으로 보아왔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차량 앞뒤에 범퍼스커트를 단 '볼륨감'있는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전조·후미등과 외부 백미러에는 발광다이오드(LED)가 자리했다. 새롭게 바뀐 크롬 재질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 가솔린 모델에 비해 더욱 날카로워진 인상을 보였다.

연비를 '최우선 과제'로 잡은 모델인 만큼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리어 스포일러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이드실(문짝 아랫부분)의 몰딩과 독특한 느낌의 전용 15인치 알로이 휠도 연비 향상을 거두기 위한 포석이었다. 실제로 공기저항계수는 기존 모델에 비해 10.3% 향상됐다고 한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외형에서부터 '연비를 잡기 위해 태어났다'고 웅변하고 있었다.

트렁크 안은 조금 좁다. 배터리의 전압을 전기모터로 보내는 인버터와 차량 내 전기장치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컨버터, 180V의 고전압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일체화 된 패키지가 실린 탓이다.

◆시동·가속…"동급 가솔린車보다 빠르다"

조심스레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탑승했다. 시동을 걸기 전 차량 내부를 훑어봤다. 오디오 등 AV시스템과 에어컨 등의 조작버튼이 모여있는 센터페시아에 시선이 멈췄다. 지금껏 준중형급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단아함과 세련미가 느껴졌다.

시동을 걸었다. 시승한 모델은 기본형인 'HDe-I'로, 상위모델부터 적용되는 버튼시동장치가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차키를 돌리는 순간 푸른색 계기판에 불이 들어오며 마치 핸드폰이 켜질 때 나는 소리와 같은 '징글음'이 들려왔다. 시동이 걸리는 소리는 작았다. 전기모터만으로 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조수석에 동승한 연구원에게 '시동이 걸린 것이 맞냐'고 물은 후에야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차량을 출발시키자 푸른색 계기판의 속도계 한 가운데에 배터리, 엔진 등을 묘사한 그래픽이 등장한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화살표는 동력기관이 구동되는 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생각보다 빠른 반응이 느껴졌다. 확실히 빨랐다. 자체 출력만으로도 20마력 정도인 전기모터가 엔진을 거들었기 때문이다.

연구원에게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 측정결과를 묻자 11.7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반떼 가솔린 모델의 12초보다 되레 향상된 결과다.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의 13.6초보다는 2초나 빠르다. 최고속도는 시속 187km다. 가솔린 모델의 최대출력은 124마력, 하이브리드 모델은 114마력이지만 전기모터를 통해 추가된 20마력의 힘은 LPG 차량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가속력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하이브리드만의 기능 '오토스탑(autostop)'

첫 주행구간은 가파른 내리막길이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가며 언덕을 내려가고 있자니 연구원은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감속·제동 시 생기는 운동에너지를 재생해 배터리를 충전한다"고 설명했다. LG화학과 공동 개발해 탑재된 리튬이온폴리머전지는 테스트 결과 25만km를 주행할 때까지 소진되지 않았으며 현재도 계속해서 기록치를 늘려가고 있다.

급커브길이 연달아 등장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코너링과 제동 성능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신호에 걸려 차를 세우자 하이브리드카 특유의 '오토스탑' 기능이 작동됐다. 이 기능은 차량의 제동 시 자동으로 엔진을 정지시켜 연비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당초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차량 발표 시 숱한 우려를 낳기도 했던 부분이다.

브레이크를 밟은 후 잠시 기다리자 엔진이 소리 없이 꺼진다. 당혹스러웠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가속 페달을 밟아 보라"는 연구원의 말을 듣고 신호가 바뀐 후 차량을 출발시켰다. 엔진은 이미 다시 켜진 후였다. 별다른 문제점을 찾기 어려웠다.다만 한 여름 날씨에 꺼져버린 에어컨이 곤혹스러웠다.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오토스탑 기능이 작동되며 꺼진 에어컨은 풍력만으로 온도를 1분 30초 정도 유지한다. 이마저도 신경 쓰인다면?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운전대 왼편에 달린 스위치를 눌러 오토스탑 기능을 꺼버리면 된다.

◆오르막길도 OK!…연비 아껴주는 '에코 드라이브'

탁 트인 직선도로에 들어섰다. 가속 성능을 시험할 기회다. 기어를 'L'에 놓고 페달을 밟는 족족 느껴지는 속도감이 상쾌하다. 동급 차량들에 비해 오히려 더 나은 가속력을 보였다. 정숙성도 나쁘지 않다. 시속 120km를 넘겨도 귀에 거슬릴만한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오르막길에 들어섰다.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연료 소모가 많아지는 언덕길 등 등판구간에서 전기모터가 엔진을 보조하기 때문이다. 신호를 기다리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니 다시 오토스탑 기능이 작동됐다. 연구원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어 보라"고 제안했다.

주행 전 '엔진이 자동으로 꺼진다'는 말을 듣고 가장 불안했던 건 '오르막길에서 엔진이 꺼지면 어쩌나'라는 생각이었다. 수동 차량을 몰다 오르막길에서 엔진이 꺼지는 바람에 차가 뒤로 밀려나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조금은 불안한 기분으로 페달에 주던 힘을 뺐다. 경사로 밀림 방지 시스템이 작동했다. 차량은 제자리에 서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직선구간에서 기어를 연비에 최적화된 모드인 'E(Eco-Drive)'단으로 바꿨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도 'D'단에 비해 가속도가 약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연료를 아끼기 위해서다. 계기판을 힐끗 바라보니 꽃이 피고 있었다. 차량의 속도와 가속 상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결과를 꽃이 개화하는 과정으로 보여주는 '경제 운전 안내·채점기능'이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화면을 바꾸기 위해 '트립(TRIP)'버튼을 눌러보면 오토스탑을 통해 절약한 연료량이 수치로 환산돼 나타난다. 약 8분 30초 가량의 오토스탑을 통해 0.2ℓ 정도의 연료를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총 주행거리 25㎞,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주행이었지만,탑승 전까지 떠올렸던 '국내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차의 가격은 2054만~2324만원이다."3년 정도면 동급 가솔린 모델과의 차액이 메워진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낮은 유지비에 동급 가솔린 모델보다 나은 성능과 친환경성까지 갖춘 차, 아반떼 하이브리드와의 첫 '데이트'는 이렇게 끝났다.

가평=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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