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선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온 점이 수급개선 요인으로 손꼽힌다. 국내 주식에 대해 대규모 팔자로 돌아선 지 5년 만의 순매수다. 외국인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사들인 주식은 12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개인 매수세와 함께 유동성장세를 연출하며 작년 낙폭의 절반가량을 이미 회복했다.

외국인의 순매수 행보는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미 이전 4년간 국내 주식을 많이 판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 등 신흥증시에서 뺀 자금이 너무 과도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경기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의 귀환전망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7일까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12조7935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순매수한 것은 2004년 이후 5년 만이다. 올 상반기에 외국인이 사들인 주식 규모는 2004년 한 해 동안 외국인이 순매수한 규모(10조4828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외국인은 2005년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원 이상 팔아치우며 순매도로 돌아선 이후 △2006년 10조7534억원 △2007년 24조7117억원 △2008년 33조6034억원 등 해마다 매도 규모를 확대하며 국내 주식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이 기간 팔아치운 국내 주식은 72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외국인이 주식을 처분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싼 값에 사들였던 국내 주식을 2004년부터 시작한 대세 상승장을 틈타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얘기다. 여기에 작년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위험자산 회수 현상을 보였던 것이다.

외국인이 올해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은 지나치게 많이 빠져나갔던 자금의 일부가 다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주가가 회복됐지만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가 매력이 높은 데다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작년에 본국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에 나서자 펀드를 운용하는 차원에선 어쩔 수 없이 위험등급에 따라 한국 주식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과 영국 등에서 경제위기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유동성을 늘리자 갈 곳이 없는 자금이 다시 위험자산 쪽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자금은 신흥증시에서도 기업 실적이 좋고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한국 등 동아시아지역으로 향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같은 신호는 한국투자 펀드에서 감지되고 있다. 세계 펀드시장 자금동향을 집계하고 있는 글로벌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지난주(6월25일~7월1일) 한국 관련 해외펀드로 9억8300만달러(약 1조2510억원)가 유입됐다. 이 같은 자금유입은 전주 순유출세로 돌아섰다가 재차 유입세로 바뀐 것이지만,최근 16주 가운데 15주 동안이나 자금이 들어왔다.

이처럼 한국 관련 해외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면서 외국인 순매수를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국 관련 글로벌펀드 가운데 한국 투자 비중이 17% 수준으로 가장 높은 아시아펀드(일본 제외)와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에는 지난주 10억달러 넘게 들어왔다"며 "경기 회복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평가되는 한국 주식 비중을 높이려는 흐름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에 최근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주춤하고 있는 것도 수급상황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올 들어 증시 상승에 따른 환매 증가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지다가 지난달 15일 이후 이달 1일까지 12일 연속 자금이 들어오는 등 자금 이탈세가 진정되는 분위기다. 12일 연속 자금유입은 올 들어 최장 기간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팀장은 "작년 증시 급락으로 곤욕을 치렀던 펀드 투자자들이 올해 초 증시 상승을 틈타 잇따라 환매에 나섰다"며 "지난달부터 환매 움직임이 잠잠해지면서 펀드 환매도 '끝물'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최근 5000억원 규모의 가치주펀드 운용사를 선정해 자금 집행에 나서고,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도 펀드 운용사를 선정 중이거나 선정해 증시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