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는 리스크가 따르지만 경기 침체기에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짠돌이로 유명한 일본 소비자들은 불황으로 씀씀이를 바짝 줄이고 있지만 그래도 잘나가는 업체들도 많다. 식당전문지 '쇼쿠도'는 최신호(6월)에서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차별화된 업체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매장이 늘어나면서 프랜차이즈 업태 전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62년 연륜의 외식 프랜차이즈 '가조쿠테이'의 이누이 미쓰히로 사장은 "좋은 경영전략을 가진 회사만이 난국을 헤쳐갈 수 있다"며 "가격을 낮추고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신규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식업의 승부처는 역시 '맛'"이라며 "품질관리를 위해 유능한 슈퍼바이저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연식 뷔페 레스토랑 뜬다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신 업태가 자연식 뷔페 레스토랑.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는 '히나노'가 대표 주자다. 전국에 40개 점포를 운영 중인 이 회사는 홋카이도 등 일본산 야채만으로 식단을 꾸며 '안심,안전,건강'을 강조하고 있다. 장사가 안돼 폐점하는 점포를 신규 출점 대상지로 적극 활용해 창업 비용을 낮춰주고 있다. 오하시 아키라 사장은 "화학조미료 등 몸에 좋지 않은 6가지 첨가물을 쓰지 않고,식자재를 직접 생산 · 유통하는 점을 강조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고라그룹이 운영하는 구이 및 냄비요리 전문점 '아카카라'도 일본에서 뜨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아카카라는 론칭 5년 만인 이달 초 100호점을 돌파했다. 이 브랜드의 최대 강점은 매콤한 국물맛을 내는 '아카카라 나베'와 '닭목살구이'의 상품력을 배경으로 고객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조리방법을 간소화한 레시피도 개발해 창업자들의 점포 운영도 쉽게 만들었다. 초기 투자액이 2500만엔으로 비교적 낮은 것도 장점이다. 이 회사는 번화가,역전,뒷골목 등 다양한 입지에 대응이 가능토록 점포 운영시스템을 갖춰 창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존 점포를 소폭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업태 전환을 원하는 점주들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산코마케팅푸즈는 저가를 강조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해 주목 받고 있다. 이자카야 체인점 '킹노쿠라'의 객단가를 낮춘 '킹노쿠라Jr(주니어)'를 연초 선보이고,모든 메뉴를 300엔 균일가로 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샐러리맨들이 소비를 대폭 줄이고 있다"며 "불황기에는 역시 가격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식 커피전문점 주목

일본에서는 차별화된 커피전문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주목 받고 있는 업체는 150만엔의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리렉스커피'.이 회사는 트럭을 이용한 이동판매형 카페 비즈니스를 선보여 반년 만에 전국에 40호점을 냈다. 차체는 녹색의 스탠드형으로 커피,핫도그,와플,크레페 등 20여종의 메뉴를 제공한다. 회사 측은 차량 제공과 연수는 물론 판매장소까지 지원해 준다. 원가 비중이 판매가의 25% 선으로 낮은 것도 강점이다.

연초 선보인 브라질산 커피 브랜드인 '카페 드 센트로'도 고품질과 낮은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탄산수와 함께 마시는 에스프레소는 브라질 고유의 맛을 강조하고 있다. 브라질 농업상사가 모회사여서 다른 커피 브랜드보다 저가로 원재료 공급이 가능해 경쟁점보다 20% 이상 가격이 저렴해 매장 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한 · 일 양국에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인 아라이 미치나리 K&J 대표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며 "먹거리는 물론 각종 서비스 분야에서 저가 아이템이 당분간 유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