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사이트 중에 '유명인을 만나세요(meetthefamous)'라는 게 있다. '당신이 파파라치가 되는 곳'이란 이색 슬로건을 내걸고 유명인의 사진을 찍어 올리도록 하는 사이트다. 사진 조회수가 1000건을 넘길 때마다 5달러씩 지급하고,메인 화면에 걸릴 경우 25달러의 보너스를 준다. 사진이 외부에 판매되면 이익금을 찍은 사람과 사이트가 반씩 나눠 갖는다. 뉴욕의 한 교사가 띄운 톱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술 취한 사진은 3만달러에 팔려 나가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개설 5개월여 만에 1만6000여장의 사진을 확보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파파라치 사업'이 의외로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파파라치는 이탈리아어로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의미한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1960년 만든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진드기 같은 사진기자 이름을 파파라초(paparazzo)라고 붙이면서 지금의 뜻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파파라치에 대한 관심은 미국 못지않게 높다. 걸핏하면 정부가 도입하는 신고포상금제 탓에 변종 파파라치가 대거 생겨났다. 봉파라치(1회용 비닐봉지) 쓰파라치(쓰레기) 식파라치(식품) 세파라치(세금) 토파라치(토지) 등 50여종에 이른다. 얼마전엔 '몰래 제보꾼'이라는 우리말 이름도 얻었다. 분야별로 신고 요령을 알려주는 인터넷 카페와 유료 사이트가 개설된 것은 물론 제보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까지 있단다.

이번엔 교습시간을 어기거나 수강료를 과다 징수하는 학원을 신고하고 보상금을 받는 '학(學)파라치'까지 등장했다. '학원 불법교습 신고 포상금제' 도입의 여파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벌써부터 편법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교습이 금지된 밤 10시 이후에 학원 인근 오피스텔을 빌려 소그룹형 과외로 전환하거나 주말반 집중편성 등으로 단속을 피해가는 방식이다. 대학생을 동원한 '올빼미 과외'가 다시 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급팽창하는 사교육 시장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아보려는 당국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학생들이 직접 관계된 사안에 반교육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했는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때론 수단이 목적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온갖 '파파라치'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영 개운치 않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