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우연의 일치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여러모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 세종시는 노무현 전 정부,4대강 프로젝트는 이명박 현 정부의 핵심 국책과제다. 사업비도 22조5000억원과 22조2000억원으로 엇비슷하다.

정치적 공방을 동반한 우여곡절 끝에 당초 계획이 뒤틀리고 축소된 것도 두 사업의 공통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포함한 입법 · 행정 · 사법부를 모두 옮기는 '수도 이전'을 구상했지만,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따라 행정부만 옮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한반도 대운하'를 기획했지만,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4대강 살리기로 후퇴했다. 때문에 전 정권에서 지역분권론을 주창했던 성경륭 한림대 교수나 대운하 프로젝트를 입안한 청와대 핵심 당국자조차 각각 "기형적인 모양새가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로 닮았다고 한다면,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두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당위다. 무엇이 성공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국민들의 혈세와 등가를 이룰 수 있는 과실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이 대통령의 마음 속에 두 사업의 비중이 같을 수는 없다. 세종시 건설은 한때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전 정부의 사업이다.

그럼에도 두 정부에 걸쳐 벌어지는 대역사(大役事)가 파행적 실패로 귀결될 경우 이 대통령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은 따지고 보면 일정 부분 우리 사회가 겪어야 할 '홍역' 같은 것이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는 전 정부가 벌여놓은 사업을 설거지해야 한다고 푸념하면 안 된다"며 "못마땅하더라도 도시의 비전을 제시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정부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취재팀은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놓고 여러 갈래의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대통령 취임 직후 "세종시를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던 약속의 진정성에도 공감한다. 관건은 시간이다. 이대로 시일을 끌다가는 나중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시의 골격은 하루가 다르게 자리를 잡아가고,내년 6월 지방선거도 다가오고 있다. 자칫 정치 논리에 밀리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의 풀(pool)이 사라진다.

대통령은 이제라도 용단을 내려야 한다.

특별취재팀장=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