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혁신도시 새판 짜자] ⑦ 與 "기업·학교없이 뭘 먹고 사나"…野 "세종시 본질은 행정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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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끝 대통령이 나서라 - 여야의원 좌담회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을 둘러싼 여 · 야 간 설전이 뜨겁다. 특별자치시로 만들자는 세종시 설치법안은 마련되고 있지만 세종시로 이전할 정부기관을 고시하는 문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야당의 '법대로 추진'과 여당의 '도시기능 보완' 주장이 맞서며 기싸움이 한창이다. 이왕 시작된 세종시 건설을 성공적으로 끝낼 방법은 없을까. 한국경제신문은 세종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 · 야 의원3명과 좌담회를 갖고 여 · 야의 입장을 들었다. 좌담회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이재창 정치부장 사회로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사회(이재창 정치부장)=세종시가 행정중심도시이긴 하지만 기업과 대학을 유치하지 않으면 유령도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세종시 건설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근거법은 2005년에 이미 마련됐다. 국민적 합의를 거친 데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7년 대선 때 철썩같이 약속한 공약이다. 재정도 이미 30% 투입됐으며,공사도 20% 이상 진척됐다. 지금 와서 다시 원점에서 논의하자고 하면 어떤 정책인들 제대로 추진되겠는가. 소모적 논란과 국민적 불신을 막으려면 애초 계획대로 실행에 옮기면 된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유령도시가 될 거라고들 하는데 거꾸로 인구 유입을 막아야 할지도 모른다. 세종시 인근의 대전,천안,청주 권역의 500만 인구가 도시설계와 공간배치가 뛰어난 세종시의 아파트를 앞다퉈 분양받으려고 할 수 있다. 대전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왜 유령도시가 되겠는가.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상당히 의견 접근을 이뤘다. 계획상으론 오는 13일 세종시 특별법이 전체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문제는 세종시의 도시 기능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도 이 점을 고민하고 있다. 도시란 스스로의 생명력을 갖고 계속 발전해야 하는데,세종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된 도시일 뿐이다. 세종시에 정부 부처를 내려 보내서 1만2000명의 공무원이 정주한다고 해도 과연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렵다. 이들 공무원조차 가족과 함께 이사하지 않고 출퇴근하겠다고 하는 판이다. 정부청사가 들어선 지 30년 가까이 돼가는 과천도 아직 자립도시가 아니다. 점심시간에 식당만 붐빌 뿐 저녁엔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세종시가 그렇게 될까 우려된다.
▼노영민 의원=특별법을 만들 때 이런 얘기는 이미 정리가 됐다. 국가의 균형발전은 자본주의보다 우위에 있는 헌법적 가치라 할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수도권 집중을 막고자 노력해 왔다. 지금도 실현해야 할 목표다. 행정도시 이전 없이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스로 공약으로도 내걸었고,당선된 뒤 지역에 내려 와서도 얘기한 것인데도 말이다.
▼사회=세종시 이전기관 고시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정확히 무엇인가. 부처 통폐합으로 이전부서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범래 의원=한나라당과 정부는 세종시 설치법의 행안위 통과보다 정부기관 부지 이외의 땅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 부처가 들어설 땅은 전체 세종시 면적의 100분의 1밖에 안된다. 따라서 나머지 땅에 뭘 지어야 사람들이 만족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세밀한 검토 없이 판만 벌려 놓으면 곤란하지 않은가.
▼이상민 의원=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당의 주장은 중앙 부처를 당장 이전하라는 게 아니다. 변경고시를 빨리 하라는 얘기다. 이전 대상 정부 부처가 12부4처4청에서 9부2처2청으로 바뀌었으니 변경고시를 해야 할 것 아니냐.행안부장관의 실무고시만 거치면 되는 데도,이 정부 출범 1년 반이 넘도록 안하니까 불신이 생긴 거다. 자족기능을 어떻게 보완할지는 함께 고민하면 된다. 첫 단추인 변경 고시가 없으면 일의 진전 자체가 안된다.
▼노영민 의원=자족기능을 자꾸 얘기하는데 일단 중앙 부처 공무원 1만2000명이 내려가면 문제가 풀린다. 자연스럽게 지역 공무원과 교사도 합류할 수밖에 없다. 가로등이 생길 것이고 가로등 설치하는 사람,정비하는 사람,슈퍼마켓,병원이 죽 들어선다. 이렇게 2020년까지 30만명,2030년까지 50만명으로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자족기능은 그 이후의 문제다. 자족기능 보완을 거론하며 이전기관 고시를 안하는 것은 명백히 법을 어기는 행위다.
▼사회=로드맵 제시를 해달라는 건데 한나라당의 로드맵은 있나.
▼이범래 의원=노 의원 말씀처럼 기본계획은 이미 잡혀 있다. 하지만 공무원 가족과 지방행정부서가 함께 따라올지는 미지수다. 그 사람들이 안가겠다는 것 아니냐.우리도 답답하다. 변경고시는 조만간 할 것으로 알고 있다. 세종시를 이렇게 만들겠다는 정부안을 발표할 기회도 곧 있을 것으로 본다. 그때까지는 세종시를 어떻게 해야 주민들이 만족하는 도시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사회=자족 기능을 갖추려면 역시 기업과 학교가 내려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상민 의원=왜 갑자기 기업이 등장하는가. 원래 패러다임은 행정도시다. 기업도시가 1차적 목표가 아니다. 본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행정도시는 수도권이 과밀화되고 지역경제가 악화되니까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범래 의원=행정부서가 옮겨가고 가족들이 다 이사했는 데도 기업과 학교가 가지 않으면 뭘 먹고 살겠다는 건가. 점심 때 식당밖에 안된다.
▼이상민 의원=당장 뭘 먹고 살 것이냐는 패러다임에 갇히면 안된다. 행정도시 건설은 중앙집권적 권력의 핵을 일정부분 이전시키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개발 계획'과 잘 맞물리게 하면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조화시킬 수 있다.
▼사회=국토균형발전 차원이라면 애당초 충남이 아니라 전남이 맞지 않았을까.
▼노영민 의원=정치적 고려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도 후보지 선정 기준은 있었다.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목표인구 50만명,1㏊당 거주인구 68명,전국 주요 도시 중 두 시간 이내 도달할 수 있는 위치 등의 조건을 따졌다. 학자 등 전문가들이 평가 기준에 따라 가장 적합한 지역을 결정했다.
▼이범래 의원=충청권으로 수도를 옮기겠다고 했다가 위헌결정이 내려지자 행정중심도시를 다시 충청권 안에서 찾은 걸로 본다. 사회자 말처럼 국가가 제대로 균형발전하려면 전남에 만들었어야 한다. 그러면 서울에서부터 전남까지 고루 발전할 수 있다. 충청권으로 정해서 그 아래 지역은 발전이 안될 수도 있다.
▼사회=만약 정부 · 여당에서 획기적인 세제 지원이나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해주면 활발해지지 않겠는가.
▼이범래 의원=그러면 좀 나을 거다. 세종시는 물론 혁신도시도 공정이 착착 진행 중인데 공공기관들이 서로 눈치보며 내려가지 않으려고 한다. 땅값이 자신들이 조사한 것보다 비싸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문제를 풀려면 지자체의 재정 확충 계획이 먼저 만들어져야 된다.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이전할 때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면 지자체가 계속 재정을 확충해 가야 한다. 물론 중앙정부의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노영민 의원=혁신도시가 아니라도 수도권 공장들이 참여정부 때 지방으로 많이 내려갔다. 그런데 지금은 이 흐름이 중단됐다. 땅값이 비싸서가 아니다. 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기업이 망하는 최악의 경우에도 지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정부가 균형발전 의지를 가지면 기업들도 따라서 이전하게 된다.
▼사회=기업이나 대학을 유치하려면 택지개발권 같은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물론 특혜 시비가 일 수도 있다.
▼이범래 의원=좋은 대학 유치하려고 무료로 땅을 주는 곳도 있고 하루 만에 인가해 주는 지자체도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민간은 어떤 인센티브가 더 크냐에 따라 움직인다. 세종시의 경우 정부직할 자치시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도시가 출발하면 그 메리트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본다.
▼이상민 의원=세종시와 혁신도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행정도시는 행정기관 이전이 주된 목적이다. 자족기능 보완을 위해 기업 등의 유치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우리 당에선 아직 유보적 입장이다. 혁신도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면 보다 큰 가치인 균형발전을 위해 특혜 시비를 걱정해선 안된다.
▼노영민 의원=충청권 정서는 복잡하지 않다. 애초 마련된 특별법대로,계획한 대로 행정중심도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행정기능이 먼저 완비된 다음,복합기능을 추진해 완성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행정도시 논의가 멈춰있고 복합도시만 얘기되는 것을 충청권에선 '음모'로 본다. 충청권 민심은 이에 대해 아주 부정적이다.
▼사회=세종시가 잘 건설되려면 어떤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노영민 의원=계획대로,법대로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씀대로 하면 된다.
▼이상민 의원=그런 걱정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미 국민적 합의를 이룬 사안을 다시 흔들어 대면 국가적 혼란과 소모적 정쟁만 난무할 것이다. 이범래 의원 말씀대로 변경고시를 빨리 하고 정부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 신뢰를 쌓은 뒤,공론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범래 의원=중앙부처 이전으로 세종시가 발전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과천 정도의 면적에 인구 7만~10만명으로 한다면 고민할 것도 없다. 자생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도시가 된다. 그런데 서울의 절반 크기에다 행정이 중심이 된다고 하면 나머지는 뭘로 채울 것이냐는 고민으로 다시 돌아온다. 현 정부도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끌고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중이다. 강제로 지역균형발전을 한다고 그대로 되겠는가.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상민 의원=대통령이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도 경쟁력을 갖추게 만들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빨리 표명해야 한다. 증폭되는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선 변경고시를 하고 세종시 설치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리고나서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