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 5명이 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불참하는 바람에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견연장 동의안'은 의결 정족수(전체 29명의 과반수 참석) 부족으로 처리가 불발됐다. 야당의 등원을 압박하며 단독 국회를 연 여당이 야당이 묵인한 안건을 처리못한 건 있을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파병 연장 동의안은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오는 15일 이른바 '원 포인트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한 안건이다. 이날 외통위는 오후 2시에 전체회의를 열어 동의안을 표결처리할 방침이었다.

개의 예정 시간에서 5분이 지난 시점.한나라당 의원 총 16명 중 11명,자유선진당 2명 등 13명이 착석해 있어 개의할 수 있는 숫자(29명의 4분의 1)는 채웠지만 아직 의결 정족수(15명 이상)에는 2명이 모자랐다. 민주당 소속 의원 7명은 모두 불참을 통보했기에 한나라당 의원이 더 와야 했지만 결석의원 5명(남경필 윤상현 이범관 정몽준 정의화 의원)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분이 지나자 외통위원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같은당 소속 박선영 의원이 뒤를 따랐다. 결국 한나라당 의원 11명만 덩그러니 남았다. 169석으로 국회를 호령하는 거대 여당이지만 이날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박 의원은 "거대 여당이 머리 수가 모자라 단 하나 있는 안건도 처리하지 못하다니,나사가 풀렸다고밖에 무슨 다른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