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9일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해 불확실하다는 점을 강조하자 시장금리가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연 2%) 동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반기에 성장은 하겠지만 성장세는 매우 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분기 경제가 상당히 높은 성장을 한 것 같은데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높은 성장을 끌어갈 힘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내년께 선진국을 포함해 전 세계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며 이에 따라 우리 경제도 내년쯤 들어가면 좀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의 수위는 지난달 기자회견 때와 비교했을 때 다소 낮아진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이 총재는 지난달에도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을 지적하긴 했지만 "경기하강세가 끝났다"는 단정적 표현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으며 이들의 통화정책이 바뀌게 되면 한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발언 등으로 조기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었다.

한은 관계자들은 이날 이 총재 발언에 대해 "전기 대비 기준으로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올 전망인 반면 하반기엔 이보다 성장률이 낮게 나올 수 있음을 시장에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안팎에선 2분기 2% 안팎의 '놀랄 만한'수준의 성장률이 나오겠지만 3분기부터는 이에 훨씬 못 미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이 총재 발언으로 미뤄봤을 때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364일물 통안채 금리는 0.09%포인트 하락한 연 2.78%,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6%포인트 떨어진 연 4.0%,국고채 5년물 금리는 0.07%포인트 내린 연 4.49%를 기록했다.

한편 이 총재는 아파트가격 상승과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지역 부동산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있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에 비해 한국은 집값이 별로 안 떨어졌다"며 "이 수준에서 주택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