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제1의 큰손으로 떠올라 관심이다. 국내 금리가 태국 금리보다 높은 데다 국내 채권이자에 대한 소득세도 면제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채권의 투자저변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태국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채권왕'으로 등극한 것을 반기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국내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 중인 국가는 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은 8조6000억원가량의 한국 관련 채권을 보유해 작년 말부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앞선 것으로 파악됐다.

2006년 말만 해도 태국이 한국 관련 채권에 투자한 금액은 2260억원에 불과했고 2007년 말에도 9402억원으로 1조원에 못 미쳤다. 하지만 불과 1년 후인 작년 말 투자금액은 9조원 안팎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태국인들이 '바이 코리아본드'에 가세한 이유를 양국의 금리 차이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태국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린 데 반해 한국은 기준금리를 이보다 더 높은 연 2.0%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태국 내 예금금리나 채권금리는 연 1% 안팎에 불과한 데 반해 한국의 통안채금리(364일물 기준)는 연 2.8% 선이다.

게다가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태국인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면세 혜택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에 투자하면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한국과 태국이 지난 2005년 면세협정을 맺어 한국 채권에 투자하는 태국인들은 세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부터는 태국 이외의 모든 외국인에게 채권 이자소득세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작년부터 한 증권사가 태국에서 채권 영업을 강화한 점도 태국 투자자들이 증가한 요인이 됐다. 작년 8월 설립된 SC투자증권은 국내 채권을 태국 등 아시아 국가에 판매하는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외환시장에 달러가 부족한 탓에 환헤지만 하면 높은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어 태국 내 은행과 투신사들이 국내 채권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양국 간 금리 차가 유지되는 한 태국의 채권 투자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태국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꾸준히 국내 채권을 순매수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