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신세계를 시작으로 기업들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시즌'이 개막됐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가 '깜짝 실적' 예고편을 내보낸 터라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번 실적 발표가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추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호재를 미리 반영하는 증시의 특성상 실적호전주를 무조건 추격매수하는 것은 '뒷북'이 될 가능성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적호전주 · 저평가주 주목해야

지난 5월 이후 지루한 조정장이 계속됐는데도 기업실적 전망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김동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횡보장세 속에도 2분기 실적 예상치가 계속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실적 개선을 통한 추가 상승 여력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증권사들은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8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순이익은 전분기보다 200% 이상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불과 3개월 만에 기업들이 2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벌고 3배가 넘는 순이익을 내게 됐다는 얘기다. 우리투자증권은 은행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1500% 이상 늘어나고 보험도 270% 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기술(IT)업종의 경우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추정이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예상치의 두 배가 넘는 2조2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공시하면서 IT업종이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해외 악재만 없다면 지수가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개선을 주도할 업종으로는 IT 금융 자동차 유통 등이 꼽힌다. 실제 최근 2주간 IT업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38.1% 상승했다. 특히 IT 내에서 디스플레이 업종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2주 전에 비해 155.3%나 상향 조정됐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적으로는 최근 두 달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12% 이상 뛰었다.

종목별로는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기업들이 증권사들의 '매수' 추천을 받고 있다.

신세계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3.5% 늘어난 2267억원으로 작년 4분기 기록(2223억원)을 갈아치웠고,NHN 엔씨소프트 효성 등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낼 종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증권사들은 실적 개선 효과가 주가에 덜 반영된 종목들도 유망하다고 입을 모은다. IBK투자증권은 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률이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 중 업종 내 주가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종목을 상승 여력이 높은 기대주로 선정했다. 이 증권사는 이 같은 기준으로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와,LG패션 롯데제과 하이트맥주 CJ제일제당 등 내수주를 유망주로 꼽았다.

우리투자증권은 이익 성장에 비해 최근 2개월간 주가 상승폭이 작은 종목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대덕GDS 등 IT주와 제일모직 엔씨소프트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실적개선 효과 제한적일 수도

시장에 팽배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분기가 워낙 나빴던 탓에 2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아보이는 '기저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2분기 매출이 이익 증가세에 비해 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제살 깎기' 식의 비용 절감으로 이뤄낸 '반쪽짜리'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파이(외형)가 커지는 가운데 이익 증가세가 나타나야 한다"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소비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진정한 실적장세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2분기 실적 개선 효과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현승 한화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제지와 화학업종이 5월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2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부합하느냐 보다는 3분기 이후에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느냐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