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 타이거 등…트렌드의 반작용

최근 드렁큰 타이거(타이거JK)가 2CD에 27트랙을 담은 8집을 내자 인터넷에서 환영의 댓글이 쏟아졌다.

'싱글 시대에 초대형 음반', '귀가 호강한다', '소장 가치가 있다' 등 가수들이 한두 곡씩 신곡을 발표하는 시장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이 반영된 목소리였다.

불과 몇년 전까지 정규 음반을 내는 일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지만, 디지털 음악 시장으로 매체 환경이 변하고 온라인 음악서비스의 합법화가 진전됨에 따라 음반 시장은 대폭 축소됐다.

2007년 국내 음악산업 규모를 담은 '2008 음악산업백서'에도 디지털 음악산업 매출이 4천276억원으로, 788억원인 음반 시장 매출과 비교하면 5배를 훌쩍 넘었다.

이제 오프라인에서는 정규 음반 대신 싱글과 미니음반, 온라인에서는 디지털 싱글이 대세를 이룬다.

드렁큰 타이거와 더불어 여성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도 CD 1장에 신곡 9곡과 연주곡 3곡, 또 다른 CD에는 히트곡 7곡의 리믹스 버전을 담은 2CD로 된 3집을 20일 발표한다.

23일 5집을 발표하는 MC몽도 14트랙으로 채운 정규 음반을 낸다.

MC몽은 드라마 O.S.T, 힙합 컴필레이션 음반 참여를 제외하고는 지금껏 단 한번도 싱글과 미니음반 형태로 신곡을 발표하지 않았고 4집까지 각각 6만~10만장의 음반을 판매했다.

가요계는 시대를 역행하며 정면 돌파하는 가수들의 성적에 관심을 보인다.

지금의 가요계를 선두에서 이끄는 아이돌 그룹인 소녀시대, 투애니원(2NE1), 2PM, 샤이니 등도 싱글 혹은 미니음반 형태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제 정규 음반이 '튀는' 시대가 된 셈이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음반이 팔릴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이들은 노래를 쉽게 만들고 빨리 소비하는 시대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듯 보인다.

어려운 음반 시장에서 선뜻 도전하기 어렵기에 이들의 성적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우려 속에서도 드렁큰 타이거의 음반은 첫 주문량 2만장에 이어 매일 평균 3천장씩 주문이 들어온다.

음반판매 사이트인 한터차트에서는 5일간 1위를 기록했고, 음악사이트 엠넷닷컴 100위 안에 27트랙 전곡이 올랐다.

소속사인 정글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에서 음악을 접한 팬들의 음반 구매가 늘어 시간이 지날수록 주문량이 는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오랜만에 음반매장이 활기를 띠자 음반매장 사인회 요청이 줄을 잇는다.

드렁큰 타이거의 첫 스케줄은 11일 강남의 핫트랙스에서 열리는 팬 사인회"라고 말했다.

최근 안무 연습실에서 만난 MC몽은 정규 음반을 내는 이유를 묻자 "어린 시절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사서 집에서 한곡한곡 들었을 때의 두근거림을 지금도 기억한다"며 "멜로디와 랩가사에 지금의 내 생각들을 다 쏟아붓고 싶었다.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과 '닥터몽 의대가다' 등을 촬영하며 얻은 삶의 소중한 경험들도 담겼다"고 말했다.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는 모든 트렌드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있으며 정규 음반은 일종의 트렌드에 대한 반작용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드렁큰 타이거 등의 가수들은 시장과 인기에 민감하게 호흡하지 않고 정통이라는 데 대한 자신감이 있는 셈"이라며 "음악인으로서 표현할 것이 많이 축적되고 음악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싶을 경우 싱글과 미니음반 형태로는 부족해 정통의 포맷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트렌드의 작용과 반작용이 7대 3 정도로 황금분할 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규 음반을 내는 가수가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 드렁큰 타이거, MC몽, 브라운아이드걸스(위부터)>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