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뇨? 발레는 나 자신과 같아요. 이제 발레인생 2막을 시작할 때가 온 거죠."

유럽에서 주가를 높이던 발레리노 김용걸(36 · 사진)이 고국 무대로 돌아왔다. 그는 9년간의 파리 생활을 접고 귀국,11~12일 LG아트센터에서 '김용걸과 친구들'로 첫 귀국공연을 갖는다. 오는 9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로 부임하는 김씨는 같은달 국립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 무대에도 오를 계획이다.

그는 국립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노로 활동하던 2000년 46 대 1의 경쟁을 뚫고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에 입단,무용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었다. 1671년 루이 14세가 설립해 세계 최고의 역사와 함께 '순혈주의'전통이 강하기로 이름난 이 발레단에서 동양인 발레리노는 그가 처음이었다. 5년 뒤엔 단원 1명에게만 허락되는 '쉬제' 자리까지 올랐다. 쉬제는 에투알(수석 무용수)을 제외한 주역 무용수 중 프르미에르 당쇠르에 이은 두 번째 지위.

그는 한국 실정에 맞는 발레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지도자의 꿈'을 갖고 있다. 김씨는 "10년 가까이 파리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을 어떻게 한국발레에 보탤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나 뮤지컬 보러 가듯 발레를 팬들과 가까이 있는 장르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귀국 후 첫 무대를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료 · 후배들과 함께 '김용걸과 친구들'이라는 이름의 갈라공연으로 마련한 것도 팬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다.

'2009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의 일환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 동료인 솔리스트 오헬리아 벨레를 비롯해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배주윤과 안드레이 볼로틴,'포스트 강수진'으로 불리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효정과 알렉산더 존스 등이 함께한다. 이번 공연은 모리스 베자르,윌리엄 포사이드,존 크랑코 등의 명작을 선정해 고전발레와 현대발레를 아우르는 무대로 꾸며지며,박나리의 경우 초연작을 올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파격적인 포스터 사진으로 화제를 낳았다.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가 하늘로 날아갈 듯 멋진 발레 동작을 취하고 있는 뒷모습을 포스터에 담은 것.미세한 근육질로 이뤄진 그의 몸은 14세 때부터 하루 7~8시간 맹연습한 노력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은 3년 전 발간된 사진작가 최영모의 화보집에 실려 있다.

"아내가 반대를 많이 했죠(웃음). 그래도 전성기 때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싶은 건 모든 무용수의 욕심인 걸요. " 포스터 사진속 몸 못지 않게 열정으로 가득찬 그의 눈빛이 또 한번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