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세계 최대 주류메이커인 디아지오의 동아시아 지역 보드카 생산거점인 디아지오 로사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스미노프 보드카와 저알코올 혼합음료(RTD)인 '스미노프 아이스','스미노프 뮬' 등이 모두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무색 · 무취 · 무미의 순수함이 생명인 보드카 제조의 핵심은 증류와 불순물의 여과 과정이다. 밀 보리 호밀 감자 옥수수 등의 곡물을 발효해 만든 주정을 미국에서 들여와 이곳에서 세 번의 증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발효 과정에서의 불순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작나무를 1000도 이상 고열로 태운 활성탄을 사용해 10번의 여과 과정을 진행한다. 이 공장의 책임자인 티르소 안토니오 페레자 이사는 "10회의 여과 과정을 거치는 보드카는 스미노프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블렌디드 위스키가 보통 2000??의 불순물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스미노프 보드카는 불순물이 5??에 불과한 것도 이같이 정밀한 여과 과정의 영향이다.
스미노프 보드카의 병 레이블에는 3종류의 숫자가 적혀 있다. 병 하단의 로마 숫자 'Ⅲ'과 'Ⅹ'는 각각 3번의 증류와 10번의 여과를 의미한다. 또 '스미노프' 브랜드 바로 밑의 '№21'은 21번째 레시피라는 뜻이다. 흡사 '샤넬 №5'가 코코 샤넬이 5번째 레시피를 최종 선택한 데서 붙여진 이름처럼,스미노프의 №21 역시 21번째 제조방법이 제품화됐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스미노프'의 창립자는 러시아의 양조업자 표트르 스미노프다. 그는 제정 러시아 때 한 박람회장에서 차르 일가에게 곰이 보드카를 서빙하는 묘기를 보여준 덕에 보드카의 황실 납품권을 따내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나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그의 후손들이 프랑스로 망명한 뒤 몇 번의 손바뀜을 거쳐 1997년 디아지오 계열 브랜드가 됐다.
마닐라=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