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최근 들어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한국전력,두산중공업 등이 중동에서 수조원 규모의 플랜트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10일에는 LS전선과 현대모비스가 각각 이라크와 미국에서 방송 · 통신 시스템과,안개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초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졌을 때 유리한 환율을 활용해 해외시장 개척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이 결실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강해진 경쟁력까지 더해져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슬람 성지 뚫은 LS전선

LS전선은 이날 이라크에서 방송 · 통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2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방송 · 통신 사업자인 시나텔트로부터 올해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이라크 살라하딘주와 카르발라주에 거주하는 유선방송 가입자 20만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QPS(Quadruple Play Service · 네 가지 방송 · 통신 융합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따낸 것.

QPS 시스템은 케이블TV망을 통해 디지털 방송과 주문형 비디오，초고속 인터넷，유 · 무선 인터넷 전화，이동통신 등의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는 최첨단 방송 · 통신 시스템이다. 한국 업체가 중동지역에 QPS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QPS 시스템이 구축되면 다양한 서비스를 한 사업자의 단일 인프라를 통해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사업자는 시스템 구축과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서비스를 패키지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살라하딘주에는 이슬람교 수니파의 성지인 티크리트시가，카르발라주에는 시아파의 성지인 카르발라시가 각각 위치해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상징성이 높은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이라크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유럽,아프리카,남미 국가들 중에도 QPS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크라이슬러 안개등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도 최근 미국 크라이슬러와 연간 100만대(약 7000만달러) 규모의 안개등을 향후 7년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이달 초부터 경북 경주시 소재 램프 전문 자회사인 IHL에서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을 대상으로 지능형 전조등 시스템(AFLS)，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등의 납품도 추진하고 있다"며 "조만간 대규모 헤드램프 수출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독일 BMW 및 아우디，일본 스바루 등과 헤드램프 등의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헤드램프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연간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김천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와 크라이슬러가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부터다. 크라이슬러 지프 완성차 공장에 컴플리트 섀시모듈을 연간 13만대 규모로 납품하고 있다. 컴플리트 섀시모듈은 차량의 뼈대를 이루는 섀시 프레임에 엔진 변속기 조향장치 등 약 300여 가지의 부품을 장착한 것으로，완성차 전체 부품 중 40% 정도를 차지한다.

회사 관계자는 "국산 자동차부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해외 유명 메이커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핵심부품을 중심으로 해외 업체들에 대한 납품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형석/이상열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