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정치부장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손 잡을까.두 사람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이 대통령이 검창총장과 국세청장 후보에 충청권 인사를 임명한데 이어 충청권 총리 발탁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

다분히 자유선진당과의 연대를 겨냥한 행보로 보인다.이 총재는 정책적,정치적 연대의 틀이 만들어진다면 선진당 인사의 내각 기용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한나라당에 연대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양새다.

이 총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적으로,구조적으로 가령 우리가 정책목표나 정치상황에서 연대,공조한다고 하면 그런 틀 위에서 총리고 장관이고 하는 것은 좋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하지만 그런 것 없이 한두 사람 빼가는 식으로 하면 선진당으론 마음이 별로 유쾌하지 못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그 자체가 불쾌한 것보다는 자유선진당이라는 당이 있는데 정권이 우리당 사람을 기용한다고 하면 그럼 우리당이 뭐가 되느냐.우리가 여당이 되냐, 제2의 한나라당이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 총재는 ‘보수적 가치의 공조’를 강조한다.이 총재는 연대를 위한 몇가지 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우선 대북정책에 대해 상호주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펴야한다는 점도 강조한다.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도 주문한다.경제정책 기조만 빼면 한나라당 색깔과 다를 바 없다.

실제 두 당은 최근 거리를 많이 좁혔다.한나라당은 지난달 말 선진당의 검찰개혁특위 구성 제안을 수용했고 미디어법과 관련해서도 “선진당이 내놓은 대안을 갖고 긍정적으로 협상하겠다(안상수 원내대표)”는 입장이다.비정규직 해법에 대해선 아예 선진당이 제시한 ‘1년 6개월 법시행 유예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흐름은 예사롭지 않다.물론 아직 구체적인 연대방안이 논의되는 수준은 아니다.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다고 할수도 없다.적어도 예상되는 연대에 대비하는 모양새임에는 분명하다.연대는 이 대통령이나 이 총재 모두에게 필요하다.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 녹녹치 않다.

이 대통령으로선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낮은 지지율과 잃어버린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돌파구가 필요하다.재산헌납과 서민행보만으론 부족하다.두 가지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지만 정국반전의 승부수가 되기엔 부족하다.곧 있을 개각도 마찬가지다.돌발사태가 없는한 분위기 쇄신은 되겠지만 긍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선진당과의 연대에는 다른 중요한 정치적 함의도 담겨있다.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 대통령과 당의 비주류 대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의 관계는 최악이다.한지붕 아래 있지만 다른 당만도 못하다.

두 사람의 관계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힘은 점점 더 커가는 형국이다.의원들도 친박쪽으로 속속 넘어가는 분위기다.이렇게 가면 차기 주자는 박 전 대표로 굳어질 개연성이 다분하다.친이 진영으로선 견제구가 필요한 터다.세 차례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이 총재는 대안이 될 수 있다.이 총재와의 연대를 모색하는 이유다.

이는 마지막 대선 도전을 꿈꾸는 이 총재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진다.차기를 위해선 18석의 선진당으론 불가능하다.거여와 손잡을 수 밖에 없다.보수본색인 이 총재는 색깔상 연대대상은 당연히 한나라당이다.한 두 사람 장관을 데려가는 것은 이 총재에겐 남는 게 없는 장사다.자칫 한나라당 2중대 소리를 듣는 순간 내년 지방선거 치르기가 깝깝해진다.

이 총재가 장관 총리 빼가기에 난색을 표하면서 연대를 강조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한나라당과의 연대,나아가 거대 여당의 대선후보로 마지막 대권도전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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