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회복과 상관없이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현상은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경기가 좋아질 경우 선행해 오른 집값이 더욱 탄력을 받을지,안정세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었다. 추가적인 집값 상승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이번 현상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이유다.

◆'이상현상'은 오래 못갈 듯

전문가들은 경기와 상관없이 유동성만으로는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힘들다고 예측했다. 하반기에는 정부의 재정집행이 줄어들고 시중의 유동자금 증가세가 멈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 수도권에 대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낮추는 등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규제를 가하고 있어 유동성 장세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부동산시장은 정부가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집행을 앞당긴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문제는 설비투자 및 민간투자 증가와 같은 땔감이 없어 재정투자만으로 현 상황을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현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부동산 수요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는데다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은행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대출 여력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만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설비투자와 실업률 등 거시경제지표 회복 여부가 집값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집값이 단기 급등하면서 수요자들이 추격 매수에 부담스러워하며 관망세로 돌아섰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추가 상승하기에는 동력이 부족하며 경기 전반을 종합적으로 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도 자본상품

최근 나타나고 있는 거시경제 지표와 일부 지역 집값 동향이 일치하지 않는 자체가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 집값 동향을 살피는 과정에서도 이 부분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에 선행한 일부 지역 집값은 부동산 시장의 일부로 보기보다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체 자본시장의 범주에 들여놓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집값의 경기 선행성은 그 지역 주택이 일반적인 부동산이 아니라 자본상품화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는 회사채나 삼성전자 주식과 같은 범주에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투자는 결국 부유층이 하는 것이다 보니 실물경기가 완전히 침체되지 않는 이상 경기보다 금리와 유동성에 영향을 받는데 지금의 일부 지역 주택이 그런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 전반도 경기에 선행해 집값이 회복되는 지역과,경기와 동행 혹은 후행하는 지역이 확실하게 양분될 전망이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등은 경기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수요층이 있지만 대부분의 일반 주택 가격은 철저히 경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회복 정도에 따라 지역별 집값 회복 속도와 폭이 확실히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 상승에 무게 실려

향후 중장기 집값 전망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속도가 좀 느리더라도 내년부터 경기 회복세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 경기와 상관없이 올랐던 집값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앞으로 2~3년간 전반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경기회복이 생각보다 빠를 경우 최근의 주택공급 부족과 맞물려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합수 팀장도 "유동성의 약발이 다한 만큼 내년에는 소폭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2011년부터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와 맞물리면 2~3년간은 상승기조를 지속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경기와 별도로 움직이는 일부 지역 집값 불안의 주요 원인이었던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어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앞으로 힘들다는 예측도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도 기업의 자금난은 여전한 반면 부동산 가격만 올라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정부로서는 대출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황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주택구입 자금보다는 생활자금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며 "경기가 회복되면서 향후 출구전략이 본격화되고 금리가 오르면 주택 수요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유승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