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0일 "한국은 인류의 큰 과제인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 식량안보 세션에 참석,"한국은 과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과거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이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미있는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식량 지원을 계속하는 한편 농업 생산을 증진하기 위해 인프라 개발 지원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정부는 개도국들의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프라 등에 향후 3년간 총 1억달러를 원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나의 아버지가 케냐 사람이다. 1950년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당시 케냐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보다 높았다"며 "그런데 오늘날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한 이니셔티브'가 기아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G8 정상들은 앞으로 3년간 가난한 국가들의 농업투자를 활성화하고 빈곤을 퇴치하고자 당초 예상보다 50억 달러가 많은 200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주요국회의(MEF)에서 워킹그룹 구성을 제안했고,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즉석에서 수용됐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 '찰떡 공조'를 과시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기후 변화에 선진국과 개도국이 공동 대처하려면 세부 사항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MEF 참여 국가들의 실무 작업반(워킹그룹) 구성을 주장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수용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2차실험 등과 관련,북한이 잘못된 행동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5자협의'를 추진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갖고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최대 걸림돌인 자동차 관세 환급문제를 거론하며 한 · EU FTA에 다소 부정적인 이탈리아를 설득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9일 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국의 가톨릭 학교들이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라퀼라(이탈리아)=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