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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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노출…신들린 화음…색다른 감동
"눈을 떴을 땐 엄만 날 낳아/ 슬픔의 문 앞에 버려두었어."
막이 오르면 여주인공 벤들라가 속옷 차림으로 노래한다. '마마 후 보어 미(Mama Who Bore Me)'를 부르던 그녀는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이 궁금하다며 엄마를 졸라대지만 추상적인 대답만 돌아온다. 이어지는 교실 장면.의자에 꽂꽂하게 앉아 교사에게 억눌렸던 학생들은 결국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폭발한다. 정지상태로 서 있는 교장을 조롱하듯 "아,엿 같은 인생"을 합창한다.
2007년 토니상 작품상 수상작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이 지난 4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다. 국내 초연인 이 작품은 공연 전부터 파격적인 노출 장면과 성행위 묘사 등으로 화제를 모았지만,이미 '쓰릴미''헤드윅' 등 동성애나 자살코드를 다룬 작품들 덕에 면역이 커진 탓인지 관객들의 충격은 덜한 편이다.
19세기 독일 청교도학교를 배경으로 사춘기를 통과하는 10대의 성적 호기심과 정서 불안,기성세대의 권위의식을 대비시키는 이 뮤지컬은 2009년의 한국 현실과 맞닿아 있다. 학업 · 섹스 · 동성애 등 개인의 고민과 방황은 변하지 않았고,자살 · 아동학대 등 사회문제도 그대로다.
무대 연출은 아름답다. 1막의 막바지.천장에서 내려온 밧줄들을 바닥 네 군데에 걸면 무대의 한 조각(2?C2㎡)이 공중으로 들어올려진다. 지상에 떠 있는 남녀 주인공 멜키어(김무열)와 벤들라(김유영)."어디에 있든 네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라는 멜키어의 고백에 이어 둘은 키스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몸을 포갠다. 둘의 알몸이 드러나면 조명이 모두 꺼지며 1막이 끝난다.
극 후반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눈 이 장소가 나중에 무덤이 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한다. 장면 전환이 거의 없고 완전히 노출된 무대 위에서 라이브밴드와 배우,관객들이 섞여앉아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가장 돋보인 건 모리츠 역의 조정석이다. 신들린 듯한 눈빛과 가창력이 정서불안을 겪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러나 얼터너티브 록 계열의 뮤지컬 넘버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다른 배우들의 가창력은 아쉽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