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 원리는 애덤 스미스보다 찰스 다윈이 더 잘 설명해준다. "

다윈의 '진화론'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보다 기업들의 경쟁 등 경제 현실을 훨씬 잘 설명해준다고 로버트 프랭크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가 주장했다. 프랭크 교수는 1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최근 경제위기 이후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회의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반면 다윈의 진화론이 세를 얻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쟁에 대한 견해에서 다윈이 스미스보다 우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스미스는 한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혁신'을 선택하면 다른 기업들도 똑같이 그 '혁신'을 모방해 결국 경제가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윈의 시각에서 '혁신'에 해당되는 '진화'는 개별 종의 고유한 속성일 뿐이며,오히려 지나친 경쟁이 종(種) 전체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프랭크 교수는 이 같은 진화의 역설을 보여주는 예로 '붉은사슴(elk) 뿔'을 들었다. 암사슴을 차지하기 위해 수사슴은 뿔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했는데,너무나 커져버린 뿔이 포식자를 피해 달아나는 데 치명적인 단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늘날 자녀의 대학입시에 엄청난 돈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학부모들의 행태도 사슴의 뿔 경쟁과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보이지 않는 손'은 좋은 결과를 낳는 인센티브 구조의 특수한 사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투자관리자들이 리스크가 숨겨진 복잡한 금융상품에 경쟁적으로 손댔던 이유는 운용자금 규모에 따라 보수를 받는 인센티브 구조 때문이었다.

프랭크 교수는 "스포츠 선수들의 약물 금지,각종 안전 규정 등 우리 사회의 많은 규제는 다윈의 시각에선 합리적인 행동"이라면서 "규제 폐지를 외쳤던 무분별한 스미스 추종이 현재의 위기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