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대학생 A씨(24)는 최근 P2P(개인 간 파일 공유) 프로그램으로 동영상을 내려받았다가 큰 낭패를 봤다. 동영상을 보려고 클릭하는 순간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파일들이 자동으로 설치됐다. 다음 날 PC를 켜자 바탕화면이 까맣게 변해 있었고,각종 프로그램이 파괴된 상태였다. 전문 해커가 악성코드를 심어 놓은 파일을 P2P 사이트에 올려 놓았던 것이다.

#사례2.회사원 B씨(39)는 지금껏 PC에 보안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해 본 적이 없다. 귀찮기도 할 뿐더러 소프트웨어를 돈주고 사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해왔다. 컴퓨터 안에 설치돼 있는 한글,포토샵 등의 프로그램도 모두 '해적판'이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사이버 불감증'이 보안 위협을 높이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자신의 PC가 해커들이 조종하는 '좀비 PC'로 전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7 · 7 사이버 테러'에서도 해커들이 좀비 PC의 대부분을 P2P 사이트 등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은 지난해 전 세계 좀비 PC의 8.1%(6만대)가 한국 내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보안 불감증 PC 사용자들이 넘쳐나는 한국에서 '7 · 7 대란'이 언제든 재발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인터넷은 공짜' 인식부터 바꿔야

최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디도스(DDoS · 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통해 게임물등급위원회 사이트를 마비시킨 혐의로 구속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 최모씨(39) 사례가 단적인 예다. 최씨는 공격에 사용한 7400대의 좀비 PC를 확보하기 위해 공짜를 좋아하는 네티즌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P2P 사이트에 음란 동영상과 악성코드를 묶은 파일들을 만들어 올렸고,이를 내려받아 실행한 사람들의 PC는 모두 최씨의 '공격 무기'로 동원됐다.

국가정보원은 이번 사이버 테러에 이용된 컴퓨터도 대부분 불법 다운로드가 많이 이뤄지는 PC방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PC들로 파악하고 있다. '인터넷은 공짜'라는 인식이 부른 풍경화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수십만개의 서로 다른 IP(인터넷 주소)를 가진 컴퓨터가 동일 인증번호로 프로그램을 설치한 경우도 있다"며 불법 다운로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제2,제3의 사이버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P2P 프로그램이나 메신저 등으로 파일을 내려받을 때는 반드시 보안 제품으로 검사한 뒤 사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PC가 '설마' 하는 순간 해커의 놀잇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사안일주의는 이번 사이버 테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DDoS 공격이 계속되자 KT와 SK브로드밴드 등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은 지난 9일 악성코드 감염 PC 사용자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때 감염 사실을 알리는 경고 문구를 보내고 백신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라는 안내전화까지 돌렸다. 하지만 이날 이 같은 경고를 받은 KT 가입자 8600여명 중 백신 치료를 한 사람은 2300여명에 불과했다. 전화로 안내받은 SK브로드밴드 가입자 405명 중에는 단 3명만 백신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치료했을 뿐이다.


◆무료 백신도 설치 안 해

사이버 보안을 위해 바이러스 백신을 설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근에는 개인 사용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백신 프로그램도 많이 나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철수연구소의 V3 라이트,이스트소프트의 알약,네이버의 PC 그린,KT의 쿡 인터넷닥터 등이다.

하지만 이마저 설치하지 않은 컴퓨터도 많다. KISA가 조사한 '2008년 정보보호 실태'에 따르면 국내 PC의 5.7%(인터넷 가입자가 160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90만대 수준)가 아무런 보호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백신을 설치한 94.3%에서 상용 구매 18.4%,무료로 제공하는 프리 · 셰어웨어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60.7%,불법 제품 사용 등은 24.2%였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불법 복제 제품은 엔진 업데이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업데이트가 일주일만 안 돼도 백신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PC 운영체제(OS)의 보안 패치를 항상 최신으로 유지하는 것도 반드시 필수 수칙이다. 보안 패치 전문업체인 소프트런의 최성학 연구소장은 "패치 관리 시스템 도입률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33%,국내 100대 기업은 27%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