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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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발표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은 세간의 호응을 크게 얻었던 작품이다. 주인공 까치는 짝사랑하던 엄지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하면서 오직 엄지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어느 날 이들 앞에 재력과 운동 능력,권력을 겸비한 마동탁이 라이벌로 등장하면서 까치와 엄지의 사이는 엇갈리기 시작한다. 까치는 마동탁과의 승부를 위해,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야구에 뛰어든다.
까치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지휘하고 통솔하면서 좀처럼 자신의 상처를 표현하지 않는 강인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까치의 모습은 산업화가 최고조에 이르고 사회 각처에 극한의 대립이 존재하던 당시의 시대상황과 잘 어울렸다. 아웃사이더였지만 신념은 확고했으며,맹목적이지만 순정적인 사랑을 하는 까치의 잡초 같고,오뚝이 같은 모습이 당시의 독자들에게 큰 위안과 희망을 주었다.
얼마 전 같은 작품이 시대를 달리해 TV 드라마로 방영됐다. 익히 알려진 스토리와 주인공의 등장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특기할 점은 시청자들이 까치에게 더 이상 환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까치와 동료들 간의 관계,엄지에 대한 까치의 맹목적인 애정과 헌신,까치와 마동탁의 대립 등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거나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제는 까치가 보여주는 아웃사이더적이고 남성적인 영웅상에 호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시대 정서가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들과 닮아 있는 친근한 주인공에게 마음을 더 실어준다. 까치보다는 마동탁의 행동과 캐릭터를 지지하고 좋아하는 시청자가 많았다는 것이 예가 될 수 있겠다. 납득하기 힘든 외곬의 까치보다는 소프트하면서도 실리를 챙길 줄 아는 마동탁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쉬웠던 것이다.
시차를 두고 선보인 동일 작품의 주인공들에 대한 상이한 반응 양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 주변의 정서는 확연히 달라졌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인식의 스타일이 바뀐 것이다. 교류가 빈번해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된 시대답게 행동양식 또한 변했다. 일방적인 만족보다는 서로 교감하며 공유하는 친근한 느낌을 선호하는 요즈음이다. 너와 나의 차이를 애써 구분하며 서로의 간격을 벌리려 들지 않는다. 그러기에 잔뜩 주눅이 들어버릴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상대에게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끼며 사소한 것에 함께 기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모진 세월의 질곡을 넘으며 체득한 모두의 지혜라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좀 더 자주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곰곰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공감과 배려는 관계의 윤활제이기 때문이다.
이방형 <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 · lee@skmnc.com >
까치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지휘하고 통솔하면서 좀처럼 자신의 상처를 표현하지 않는 강인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까치의 모습은 산업화가 최고조에 이르고 사회 각처에 극한의 대립이 존재하던 당시의 시대상황과 잘 어울렸다. 아웃사이더였지만 신념은 확고했으며,맹목적이지만 순정적인 사랑을 하는 까치의 잡초 같고,오뚝이 같은 모습이 당시의 독자들에게 큰 위안과 희망을 주었다.
얼마 전 같은 작품이 시대를 달리해 TV 드라마로 방영됐다. 익히 알려진 스토리와 주인공의 등장에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특기할 점은 시청자들이 까치에게 더 이상 환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까치와 동료들 간의 관계,엄지에 대한 까치의 맹목적인 애정과 헌신,까치와 마동탁의 대립 등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거나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제는 까치가 보여주는 아웃사이더적이고 남성적인 영웅상에 호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시대 정서가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들과 닮아 있는 친근한 주인공에게 마음을 더 실어준다. 까치보다는 마동탁의 행동과 캐릭터를 지지하고 좋아하는 시청자가 많았다는 것이 예가 될 수 있겠다. 납득하기 힘든 외곬의 까치보다는 소프트하면서도 실리를 챙길 줄 아는 마동탁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쉬웠던 것이다.
시차를 두고 선보인 동일 작품의 주인공들에 대한 상이한 반응 양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 주변의 정서는 확연히 달라졌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며 느끼고 생각하는 인식의 스타일이 바뀐 것이다. 교류가 빈번해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된 시대답게 행동양식 또한 변했다. 일방적인 만족보다는 서로 교감하며 공유하는 친근한 느낌을 선호하는 요즈음이다. 너와 나의 차이를 애써 구분하며 서로의 간격을 벌리려 들지 않는다. 그러기에 잔뜩 주눅이 들어버릴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상대에게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끼며 사소한 것에 함께 기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모진 세월의 질곡을 넘으며 체득한 모두의 지혜라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좀 더 자주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곰곰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공감과 배려는 관계의 윤활제이기 때문이다.
이방형 <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 · lee@skmn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