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골프 왜강한가‥ 특유의 '올인 문화'로 성공신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 매진…부모들도 생업 제치고 억척 응원
"어린나이 혹사…롱런 못해" 지적도
"어린나이 혹사…롱런 못해" 지적도
1988년 3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문밸리 CC에서 열린 미국LPGA(여자프로골프협회)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 터콰이즈클래식 시상대.자그마한 키의 동양선수가 우승컵을 치켜든 채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 서른 두 살이던 구옥희(53)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로부터 21년이 흐른 2009년 7월.지은희(23)가 여자골프 최고 권위의 US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서며 한국 골프의 위상을 다시 한번 떨쳤다. 구옥희부터 박세리 김미현을 거쳐 지은희에 이르기까지 한국(계) 선수들은 미LPGA투어에서 통산 82승을 올렸다. 이는 미국 스웨덴 다음가는 승수이며,우리보다 골프 역사가 긴 잉글랜드 호주 캐나다 일본 등 '골프 선진국'을 앞서는 성과다. 올해만 해도 '세리 키즈'로 일컬어지는 20대 초반 선수들이 투어 15개 대회에서 6승을 합작했다. 신지애가 '깜짝 우승'하는가 하면 다음에는 김인경이 나타나고,최나연이 선두에 나서는가 했더니,또 다른 다크호스 지은희는 '베테랑'들의 발목을 잡으며 최후의 승자가 된다. 약 50명의 한국(계) 선수들은 미LPGA투어 대회마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선두권으로 치솟으며 우승다툼을 벌이는 일이 다반사가 돼버렸다. 한국여자골퍼들이 세계 최고 무대인 미LPGA투어에서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한국 선수들이 미LPGA투어에서 9승을 거두자 AP통신은 한국인 특유의 '올 인(all in) 문화'에서 그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오직 골프 한 가지에만 매달리고,성공에 대한 강렬한 목표의식을 지닌 부모와 선수들은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바친 결과라는 것이다. 대회장에 한국인 부모가 가장 많고,'골프 대디(daddy)'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으며,가장 늦게까지 연습장에 남아 있는 골퍼가 한국 선수이니 그럴만도 하다. 세리 키즈 본류의 나이는 현재 스물 한 살.박세리가 양말을 벗고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1998년에는 열 살이었다. 그들은 초등학교 3~4학년 때 클럽을 잡은 뒤 10여년 동안 골프에 매진해왔다. 미국 일본 선수와 달리,공부는 등한시한 채 거의 하루 종일 연습으로 짜인 스파르타식 훈련을 감내했다. 그 결과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쯤 다른 나라 선수들이 부러워하는 '스윙 머신'의 경지에 도달,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다. LA나 올랜도 등 미국의 부촌에 집을 마련하고 대기업의 후원을 따내는 건 성취에 대한 또 다른 부상이다.
한국여성 군단의 승승장구는 '골프는 90%가 멘탈게임'이라는 골프 이론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테니스 육상 수영 등에서는 동양인이 서양인을 따라잡기 힘든 반면 골프는 동 · 서양 선수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거리(파워)가 필수적인 남자 골프와 달리,여자 골프는 정신력이 파워보다 더 강조된다. 기량이 엇비슷할 경우 심리적 요인,자신감이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얘기다. 한국 여성 특유의 섬세함,끈기,그리고 성공해서 부모 · 형제들에게 보은해야 한다는 성취욕구 등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따라오기 힘든 무기다.
박세리라는 확실한 '롤 모델'이 있다는 것도 한국 여자 골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박세리는 주니어 선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잘만 하면 연예계 스타 못지않은 돈과 명예를 쥘 수도 있는 골프선수가 되고자하는 붐이 박세리로 인해 일어난 것이다. 당시 '골프선수의 대중화'로 넓어진 저변은 지금 '신지애-박인비-김인경-오지영-이은정-지은희' 등 이름을 대자면 끝이 없는 '한국산 다크호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성장한 한국여자골프를 토크(순간적인 힘)는 강력하나 마력(체력)이 떨어지는 자동차에 비유하는 분석가도 있다. 일찍 과실을 따먹지만 그 이후엔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다. 아니카 소렌스탐이 서른 여덟 살이던 지난해에도 3승을 올리며 '롱 런'(통산 72승)한 것과 달리,박세리는 서른 살에 24승째를 거둔 뒤 2년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앤서니 김은 2008발렌타인챔피언십 때 "한국 선수들은 너무 일찍부터 골프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18,19세 때에는 잠재력이 소진된다. 골프에 질려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나이 때 친구와 놀고,다른 스포츠도 하며,늦잠도 자고,공부도 하면서 인생의 밸런스를 맞췄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골퍼로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고 인간적인 삶을 위해 '인생의 포트폴리오'를 잘 꾸려놓아야 한다는 충고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지난해 한국 선수들이 미LPGA투어에서 9승을 거두자 AP통신은 한국인 특유의 '올 인(all in) 문화'에서 그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오직 골프 한 가지에만 매달리고,성공에 대한 강렬한 목표의식을 지닌 부모와 선수들은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바친 결과라는 것이다. 대회장에 한국인 부모가 가장 많고,'골프 대디(daddy)'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으며,가장 늦게까지 연습장에 남아 있는 골퍼가 한국 선수이니 그럴만도 하다. 세리 키즈 본류의 나이는 현재 스물 한 살.박세리가 양말을 벗고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1998년에는 열 살이었다. 그들은 초등학교 3~4학년 때 클럽을 잡은 뒤 10여년 동안 골프에 매진해왔다. 미국 일본 선수와 달리,공부는 등한시한 채 거의 하루 종일 연습으로 짜인 스파르타식 훈련을 감내했다. 그 결과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쯤 다른 나라 선수들이 부러워하는 '스윙 머신'의 경지에 도달,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다. LA나 올랜도 등 미국의 부촌에 집을 마련하고 대기업의 후원을 따내는 건 성취에 대한 또 다른 부상이다.
한국여성 군단의 승승장구는 '골프는 90%가 멘탈게임'이라는 골프 이론과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테니스 육상 수영 등에서는 동양인이 서양인을 따라잡기 힘든 반면 골프는 동 · 서양 선수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거리(파워)가 필수적인 남자 골프와 달리,여자 골프는 정신력이 파워보다 더 강조된다. 기량이 엇비슷할 경우 심리적 요인,자신감이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얘기다. 한국 여성 특유의 섬세함,끈기,그리고 성공해서 부모 · 형제들에게 보은해야 한다는 성취욕구 등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따라오기 힘든 무기다.
박세리라는 확실한 '롤 모델'이 있다는 것도 한국 여자 골프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박세리는 주니어 선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잘만 하면 연예계 스타 못지않은 돈과 명예를 쥘 수도 있는 골프선수가 되고자하는 붐이 박세리로 인해 일어난 것이다. 당시 '골프선수의 대중화'로 넓어진 저변은 지금 '신지애-박인비-김인경-오지영-이은정-지은희' 등 이름을 대자면 끝이 없는 '한국산 다크호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성장한 한국여자골프를 토크(순간적인 힘)는 강력하나 마력(체력)이 떨어지는 자동차에 비유하는 분석가도 있다. 일찍 과실을 따먹지만 그 이후엔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다. 아니카 소렌스탐이 서른 여덟 살이던 지난해에도 3승을 올리며 '롱 런'(통산 72승)한 것과 달리,박세리는 서른 살에 24승째를 거둔 뒤 2년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앤서니 김은 2008발렌타인챔피언십 때 "한국 선수들은 너무 일찍부터 골프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18,19세 때에는 잠재력이 소진된다. 골프에 질려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나이 때 친구와 놀고,다른 스포츠도 하며,늦잠도 자고,공부도 하면서 인생의 밸런스를 맞췄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골퍼로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고 인간적인 삶을 위해 '인생의 포트폴리오'를 잘 꾸려놓아야 한다는 충고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