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학이나 병원,지방자치단체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거액의 기부금을 제공하는 등 출혈경쟁을 하는 데 대해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통상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하던 출연금을 무형자산으로 계상,영업비용으로 처리하라고 지시해 기부금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놓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은행들에 보낸 공문에서 "일부 은행이 대학 병원 지방자치단체 등에 영업점 신설 · 유지,주거래은행 약정체결 · 유지 및 금고계약 체결 · 유지 등을 위해 거액의 출연금을 제공하는 등 과당경쟁 사례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파악됐다"며 "이는 금융질서를 문란케 하는 비정상적인 과당경쟁을 유발시키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국민 · 신한 · 우리 · 하나 등 4개 시중은행들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대학 병원 지자체 등에 준 발전기금과 출연금은 1575억원에 달했다. A은행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시와 유관기관에 1300억원을 출연키로 약속하고 서울시 시금고기관으로 선정됐다. 또 B은행은 C은행이 15년간 거래하던 한 대학교에 입점하기 위해 70억원가량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은 이 같은 은행 간 경쟁심리를 이용,경쟁입찰을 통해 기부금 액수를 올리는 방법도 사용했다.

금감원은 공문에서 "출연금을 제공해 약정서 체결 등 경제적 이득을 본 경우에는 출연금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하고 약정기간 상각해 영업비용으로 처리하라"고 지도했다.

은행들이 내는 돈은 기부금이 아닌 마케팅비용(판매관리비)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출연금을 제공한 만큼 회계장부상 영업수익이 줄어 은행들의 출혈경쟁이 다소 위축될 것이란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것도 은행들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이 같은 방침이 회계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주주의 이익에 부합돼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학교나 병원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기부금 출연은 사회공헌활동에 포함되기 때문에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금감원이 회계처리 방식같이 간접적인 방식 대신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지도해야 은행들 간 출혈경쟁이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