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제패하는 강소(强小) 기업은 저절로 길러지지 않습니다. 경영자의 강인한 기업가정신과 함께 중소기업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될성부른 기업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하는 정부의 지원 시스템이 3박자를 이뤄야 합니다. " '히든 챔피언' 개념을 처음 도입한 헤르만 지몬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나라"라며 "보다 성숙한 시장경제 패러다임을 갖추기 위해서는 탄탄한 중소기업을 폭넓게 육성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히든 챔피언을 길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고 있다.

"한국은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다. 그렇지만 히든 챔피언은 많지 않다.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은 잘 알려져 있지만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중소기업의 저변은 독일 일본 등에 비해 훨씬 열악하다. 대기업 편중적인 글로벌 전략은 한계가 불가피하다. "

▼중소기업들 스스로도 히든 챔피언이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물론이다. 우선 글로벌 마켓을 석권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작은 시장에 집중하고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제품의 질과 서비스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강한 리더와 충성스러운 인재들도 있어야 한다. "

▼집중화와 전문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연구 · 개발(R&D)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매달려야 한다. 독일의 경우 기업들의 매출 대비 R&D 지출 평균 비중이 3%다. 반면 히든 챔피언들은 6%에 달한다. "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원칙을 고수하되 유연한 경영을 펴는 경영자가 절대적이다. 히든 챔피언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는 평균 20년이나 된다. "

▼한국의 인재들은 대기업을 선호한다. 중소기업에 가거나 창업하는 걸 꺼리는데.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려면 중소기업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젊은 인재들로 하여금 야망을 갖고 창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

▼한국 중소기업들의 잠재력은.

"뛰어난 기술로 최고 품질의 상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화가 상대적으로 덜 돼 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직접 개척해야 한다. "

▼한국에서 히든 챔피언을 배출할 수 있는 업종을 꼽는다면.

"한국이 강한 자동차,가전,통신,정보기술(IT) 분야가 우선적인 후보다.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많은 히든 챔피언이 나올 것으로 본다. "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