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불합리한 기업규제의 대표적인 희생 사례로 꼽히는 이곳에 이공계 출신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학계 재계 인사들이 대거 찾았다.

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삼성전자 상임고문)을 비롯해 구본국 삼성전자 고문, 서정욱 전 과학기술부 장관, 이언구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한림원 회원 57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현장 방문은 한림원 회원들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외쳐온 김문수 경기지사의 특강을 듣고 직접 현장 방문을 요청해 이뤄졌다. 이들은 김 지사의 안내로 폐수를 통한 구리 배출 문제로 공장 증설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규제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폐수 배출 현장 등을 돌아봤다. 특히 한림원 회원들은 수도권 공장총량제와 팔당상수원 보호 문제 등에 묶여 '콩밭'이 된 공장 내 1만7000여평 부지를 보며 실소를 금치못했다고 한다.

정부는 최근 추가 규제 완화책을 발표하면서 조건부로 하이닉스반도체의 공장 증설을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 공장에 한해 무방류시설을 전제로 한 구리공정 전환 허용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게다가 지금은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상태여서 규제 완화 시점도 적기를 놓쳤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한 참석자는 "실제 현장에 와 보니 규제할 부분이 아니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무방류 조건을 달아 입지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배출 허용 기준을 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이러니 해외에 나가 공장을 짓겠다고 하지"라며 혀를 찼다고 한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한번 결정하면 잘 바꾸려고 하지 않으니까 외국사례를 연구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조병돈 이천시장도 "구리가 1000분의 1??밖에 나오지 않는 하이닉스인데도 과도한 규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곳에 2층 규모의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고자 한다"며 "15억원 정도를 들여 우리가 배출하는 만큼 산소를 만들어내기 위한 생태공원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지사는 "이렇게 넓은 경기도에 땅이 없어서 외국에 나가 공장을 짓겠다는 모습을 보니 너무 답답하다"며 "경기도 땅에 여러분의 꿈들을 펼쳐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림원 회원들은 하이닉스반도체를 방문한데 이어 샘표식품 충북 제2공장도 둘러봤다. 이 공장 역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에 공장 증설을 강력히 원하였으나 각종 규제 법률에 묶여 충북에 터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기업 규제의 대표적 현장이다.

수원=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