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대로 가면 시민은 비싼 요금에,민간업체는 경영난에,서울시는 혈세 낭비로 각각 울게 될 겁니다. "

지하철 9호선 요금 책정을 둘러싸고 지하철 관계자가 한 말이다. 민자로 건설된 9호선은 서울시가 기본요금 900원에 개통키로 했다. 반면 민간업체는 1582원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개통 이후 요금 조정 협의를 계속키로 한 상태다. 지하철 관계자는 "민자사업 특성상 요금이 낮게 책정되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시민 반발을 무릅쓰고 요금을 올릴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몇번의 개통 연기로 말썽을 빚은 지하철 9호선이 요금 문제로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2003년 지하철 9호선을 민자로 추진하면서 민간업체에 연 8.9%의 수익률을 보장했다. 시가 2005년 5월 지하철 9호선 운영업체인 ㈜서울메트로9호선(이하 메트로나인)과 맺은 협약에는 지하철요금을 2023년까지 매년 3.41%씩 올리게 돼 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올해에만 160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

메트로나인도 불만은 많다. 서울시가 계산한 예상 운송 수요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현실적으로 수익이 나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메트로나인 관계자는 "예상 수요를 계산한 2003년에 비해 노령 인구는 늘고 수도권 인구는 정체상태에 빠져 있어 앞으로 급격한 수요 증가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결국 요금을 현실화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메트로나인과의 협약에 따라 올해 428억원,2010년 656억원,2011년 778억원 등의 운임수입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했다. 운임수입이 해당연도 규모에 못 미치면 시민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요금을 올리자니 시민 반발이 부담스럽고,요금을 낮추자니 민간사업자 수익 보장을 위해 매년 수백억원의 재정부담을 져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민자사업을 통해 지하철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서울시의 의도가 나빴다고 보지는 않는다. 문제는 지하철처럼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은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삼기엔 파장과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 부담 완화와 민간업체 수익 보장이라는 양자 사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사회부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