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 "中·印 이어 중동까지…석유제품 공급과잉 우려"
대부분 플랜트의 가동 목표연도는 2012년.중국과 인도가 정유 플랜트 설비 신 · 증설을 끝낸데 이어 중동의 물량공세까지 예고돼 3년 뒤부터는 글로벌 정유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생산량의 절반 이상(2008년 기준 58.1%)을 수출로 내보내고 있는 국내 정유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는 오는 9월 일산(日産) 40만배럴 규모의 정유 플랜트 건설을 위한 국제 입찰에 들어간다고 최근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미국 정유사 코노코필립스와 공동으로 역시 하루 40만배럴을 정제할 수 있는 얌부 정유공장을 발주할 예정이다. 아람코 단독으로 발주하는 하루 40만배럴 규모의 라스타노라 공장도 이르면 연말께 입찰에 들어간다.
지난 4월 아람코와 토탈이 발주한 하루 40만배럴 규모의 사우디 주베일 정유 플랜트는 최근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전체 12개 공구 중 4개 공구(23억9000만달러 규모)의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정유 플랜트의 석유제품 생산 규모는 하루 160만배럴로,국내 정유4사 하루 전체 생산량(280만배럴)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만 해도 발주 계획을 줄줄이 취소했던 중동 산유국들이 대거 재발주에 나선 것은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탔기 때문이다. 작년 7월 배럴당 140.7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올랐던 유가가 작년 말 36.45달러까지 하락,바닥을 찍은 후 올 들어 최고 70달러 안팎으로 되오른 덕분에 플랜트 건설자금이 확충됐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벌써부터 중동발(發)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공급량이 늘어나면 국제 거래가격이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되는데다,수출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상반기 중 인도 릴라이언스(하루 58만배럴),중국의 푸젠(14만8000배럴)과 CNOOC(24만배럴),베트남의 페트로베트남(14만8000배럴) 등이 정유 플랜트 공사를 마치고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면서 아시아 정유사들간에 출혈경쟁이 가속화,정제마진(원유수입가격 대비 제품판매가격의 차이)이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도에서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석유제품 현물가격이 불안해 졌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시장의 단순정제마진은 요즘 배럴당 마이너스 3.56달러다. 휘발유 등 · 경유 등 정유제품을 만들어 팔면 팔수록 배럴당 3.56달러의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국 인도의 설비증설 여파로 정제마진이 크게 떨어지자 정기보수를 앞당기거나 가동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공급량이 늘어나도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다"면서도 "국내 정유사들은 과당 공급경쟁에 대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고도화설비 투자를 서두르거나 신 · 재생에너지 등의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