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의장은 법에 따라 1년에 두 차례 하원에 나와 물가 안정 및 고용시장에 대한 FRB의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이 자리에서 버냉키 의장은 경기가 회복됐을 때 시행하게 될 출구 전략 원칙을 밝힘으로써 시장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투자자들에게 고인플레이션 등 양적 완화정책의 후유증 없이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습니다.그렇게 되면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 정책을 좀 더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데요.

월가에서는 FRB 출구 전략이 금년 말 까지 국채·모기지 증권 등 장기자산 매입프로그램을 마무리한 뒤,비상유동성 공급 제도를 자연스럽게 청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FRB는 시장 실세금리를 낮추기 위해 모기지 증권과 미 국채를 총 1조7500억 달러어치 매입키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따라서 기준금리 인상 등 전통적 통화정책의 부활은 FRB의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을 금융위기 발생 이전 수준인 1조 달러 미만으로 축소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관측입니다.FRB가 보유 자산을 줄이기 위해선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금리 인상 시점은 일러야 내년 말께나 될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예상했습니다.일각에서는 FRB가 채권을 직접 발행해 시중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안도 제기하고 있습니다.물론 이를 위해선 입법과정이 필요합니다.과감한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위기에 몰린 미국 경제를 떠받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버냉키 의장이 출구 전략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CIT 파산위기…소매업체 연쇄 도산 우려

101년 전에 설립된 CIT그룹은 소매업체 등 중소기업 대출 전문은행입니다.지난해 정부 구제금융지원을 받기 위해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해 23억3000만달러의 구제금융지원을 받았습니다.하지만 2007년 말 이후 총 33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위기에 빠졌는데요.극심한 경기침체로 거래대상 소매업체들의 연체와 파산이 늘어난 탓입니다.게다가 신용 하락으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년 3월말까지 총 100억 달러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때문에 월가에서는 금융당국의 지원이 없으면 CIT그룹의 독자 생존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들어 회사채 발행을 하지 못한 CIT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채권발행을 위한 보증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하면서 위기가 촉발됐습니다.문제는 CIT가 파산하면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30만개의 소매업체들이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대형 금융사 파산은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오바마 정부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는데요.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 정부는 CIT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CIT그룹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자구 노력에 주력하는 한편 파산 신청을 염두에 두고 스타덴 등 파산전문 로펌을 고용했습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