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사고로 숨진 사람의 사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면 부검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아니라 수사기관의 책임이 크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송명호 판사는 “국과수의 부검 미숙으로 사망한 아들의 사인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박모(69)씨가 국과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송 판사는 “범죄수사의 주체는 검찰이나 경찰이며 국과수의 감정결과는 이들이 수사를 진행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전문가의 소견서에 지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수사기관이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왜곡한 채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고 국과수의 감정에 책임을 전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1998년 12월 서울 중앙선 응봉역 부근 선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씨의 아들을 부검하고서 “기차 등 움직이는 물체에 의한 두부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감정 결과를 내놨고 경찰은 이를 토대로 “열차 사고로 사망했다”고 결론짓고 내사종결 처리했다.

이에 반발한 박씨는 한 대학의 법의학연구소에 재감정을 요청해 “열차 충돌에 따른 사망으로 볼 근거가 없다”라는 결과가 나오자 “국과수가 오판으로 수사를 방해했다”며 5000만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