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비수기인 6,7월에도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과 올해 초까지 지속됐던 부동산 침체 상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신규 분양시장 열기가 뜨겁다. 건설업계의 일반적 관행으로 보면 7,8월에는 대부분 분양계획을 잡지 않는다. 올해는 딴판이다. 연초에 미뤄왔던 물량을 최근 청약 열기에 맞춰 밀어내겠다는 계산으로 분양시장을 적극 노크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 여름에는 환금성이 높거나 공공택지처럼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에서 분양 물량이 적잖게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2007년 7월 신규 분양(임대,오피스텔 제외)은 1만6351세대,8월에는 1만8266세대에 달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파장이 전 세계 금융 · 주택시장을 강타하면서 작년 7월에는 분양 물량이 1만2711세대,8월엔 4688세대로 급감했다. 올해는 7월 9244세대(분양실적+분양 예정 물량)로 다소 적은 듯 하지만 8월에 1만2133세대가 대기하고 있어 두 달을 합치면 분양 물량이 상당폭 늘어난다.

◆공공택지와 재개발이 주도

올 7,8월에는 공공택지와 재개발 물량이 신규 분양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청약률이 괜찮았던 택지지구의 명맥이 이어지고 다소 비싼 분양가에도 서울시내 재개발 구역에 대한 인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7월에는 은평뉴타운 2지구를 비롯해 김포한강신도시,주공의 광명역세권,인천 청라지구 등 택지지구 물량이 시장에 선보인다. 서울에서는 성동구 금호17,19구역,서대문구 북가좌동 가재울3구역 등 유망 재개발 구역에서 일반분양이 쏟아진다.

8월에는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와 국민임대 물량이 많아 무주택 서민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시프트는 서울 은평,신내,장지지구에서 1159세대가량이 나온다. 국민임대와 재건축 임대(마포구 도화동)도 210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물량은 2기 신도시 중 하나인 남양주 별내지구.쌍용예가(652세대)와 신일건업(544세대) 등 2개 단지가 별내지구 분양 포문을 연다. 한편 지방은 올 들어 분양이 완전 중단돼 이번 여름철에도 물량이 씨가 말랐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올 여름엔 재개발과 은평,수도권 2기 신도시에서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이 나올 예정"이라며 "아주 유망한 물량은 아니지만 청약해도 나쁘지 않은 물량들"이라고 평가했다.

◆분양가와 청약가점 잘 살펴야

공공택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분양가에 크게 민감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올 상반기 인기를 끈 서울시내 재개발 물량들은 분양가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전용 59㎡의 소형 아파트는 3.3㎡당 분양가가 1500만원,중대형 아파트는 1700만원까지 나왔지만 청약 열기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흑석5구역의 흑석뉴타운 센트레빌 분양가가 2180만원에 달했고 분양 예정인 가재울 3구역은 2500만원을 넘길 것으로 보여 이젠 분양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다. 은평뉴타운은 분양가와 시세의 차이가 2억원 가까이 나서 프리미엄을 상당액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고분양가 단지들은 단기 기대차익을 과도하게 예상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한편 수도권 담보인정비율(LTV)이 50%로 최근 10% 포인트 하향 조정됐지만 중도금 대출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그러나 은행들이 중도금 집단대출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은평2지구 청약해볼만

청약저축 가입자들은 은평 2지구와 시프트 물량,광명 등에서 나올 국민임대 물량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문제는 항상 그렇듯 청약예 · 부금 가입자들이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가점이 50점 이상인 수요자들은 은평 2지구 정도에 초점을 맞춰 청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3분기에 광교와 판교의 남은 단지,보금자리주택 등 유망 물량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가점이 낮은 수요자라면 실제 당첨을 노리기보다는 분양가 수준을 검증해보고 가격 동향과 거래 상황 등 시장 전반을 체크하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실장은 가점이 20~30점 정도 되는 청약자들은 김포한강신도시와 인천 청라지구,별내지구 등에서 당첨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청라지구에서 여름에 나올 물량들은 A34~36블록으로 중앙공원이 보이지 않고 단지 규모가 비교적 작아 커트라인이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은평뉴타운 중대형은 50~60점은 돼야 한다고 예상했다.

그는 "흑석뉴타운 가점이 평균 60점대였다"며 "도심 재개발 물량들이나 중소형은 이 정도 점수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