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 되면 '너무'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회사 인생의 정점에 서있는 만큼 이해는 간다. 그러나 명심할 것이 있다. '자기 일'로만 바빠서는 사장감이 절대 될 수 없다.

임원이란 원래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이 부서,저 부서를 돌아 회사 전반을 두루 알 때 간부가 되고 그 중에 유능한 사람이 임원으로 뽑히는 것이다. 요즘은 '연구임원' 등의 이름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임원도 생겨나고 있지만,차세대 사장 후보로서의 임원은 원래 제너럴리스트로 기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장이 되고 싶다면 자기 분야만 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경영진이 되고 나면 회사 안만 두루 알아서는 안 된다. 시대의 코드는 이(異)업종,더 나아가 잡종 간 융합을 창조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 당장 '메디치(Medici) 효과'라는 말을 떠올려보라.여러 분야가 융합된 아이디어를 창출,기존 방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LG와 프라다,루이비통과 인피니티의 만남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결합이다. 상품시장에서 기존 카테고리를 부순 히트상품이 이렇게 메디치 효과로 나타나고 있으니 이제 비즈니스 리더도 융합,퓨전,뒤섞임의 가치를 풍기는 인물이어야 옳다.

21세기 들면서 업종의 벽을 넘어선 협업(collaboration)이 중시되고,'적과의 동침''변두리에서 배운다''T자형 인재' 등이 유행어가 되고 있는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업종의 벽을 깨고,그 깨지는 영역 속에서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새로 개척해가는 사람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장,그것도 글로벌 초우량 기업의 CEO를 꿈꾸는 임원이라면 그러니까 바쁜 이유가 달라야 한다. 업종별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이제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좀 심하게 말하면,이곳저곳에서 뒹굴어야 한다. 당신이 속한 네트워크의 크기가 당신을 평가하는 시대가 이미 열렸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