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에 대해선 회사측이 임금을 지급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노동계에서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전임자 임금을 조합비로 충당해야 노조의 자주성이 확보되고 전임자의 전문성도 높아져 합리적 노사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노조 전임자에 대해 회사측에서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임금을 주는 것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명백히 어긋난다. 논리적으로 따져 봐도 임단협에 나서는 당사자인 전임자들이 협상의 상대방인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것은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조항은 이미 지난 1997년 법제화되고도 13년간이나 적용이 미뤄져왔던 사안이다. 노동계가 적응하고도 남을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었다는 뜻이다. 현대중공업 서울메트로 등 일선 노조에서 이 조항의 적용을 더는 미루지 말고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시행 초기엔 어려움을 겪는 노조들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합비 현실화, 전임자 축소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전임자 임금 문제는 노사 자율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행 체제를 어떻게든 유지해 보려는 의도에 다름아니고 보면 참으로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의 시행(施行)은 노조 전임자 수가 지나치게 불어나는 등 현실적 부작용을 생각해 보더라도 대단히 시급하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우리나라 노조의 평균 전임자 수는 3.6명을 기록해 단체협약 규정보다 16.5%나 많고 현대차노조의 경우는 그 2배에 달한다. 반면 전임자 1명당 조합원수는 149.2명에 불과해 일본의 500~600명이나 미국의 800~1000명을 훨씬 밑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사사건건 회사측의 꼬투리를 잡는 등 강경투쟁을 일삼는 것이다.

따라서 전임자 임금 금지는 이번엔 반드시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일부 영세기업 노조의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전면적 시행이 힘들다면 차선책으로 단계적 시행방안을 마련해 일정규모 이상 기업 노조에 대해서만이라도 우선 실행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