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51·사법연수원 12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1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천 후보자는 지난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던 각종 도덕성 논란과 개인 비리 의혹을 넘지 못하고 검찰총장으로 내정된지 23일 만에 총장 후보자 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것을 밝혔다.

천 후보자는 14일 저녁 조은석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전했다.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3년 이후 총장 후보자가 임명 전에 자진 사퇴한 경우는 천 후보자가 처음이다.

천 후보자는 지난달 21일 예상을 뒤엎고 검찰총장에 내정됐지만 서울 강남 지역 고가 아파트 구입자금의 출처와 금전 거래가 있는 기업가와의 동반 골프여행 의혹, 부인의 명품 쇼핑 등 개인 문제를 둘러싼 도덕성 시비가 불거져 결국 낙마했다.

천 후보자의 자진 사퇴 결정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이날 오후 3시쯤 A4 20페이지에 걸친 인사청문회 관련 해명자료를 내고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을 해명했으나 불과 5시간 여 만에 천 후보자의 사의 표명으로 귀결됐다.

전임 검찰총장보다 사법시험 기수가 3년이나 아래인 천 후보자가 발탁되면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 실패로 비판에 직면한 검찰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그의 전격적인 사퇴로 검찰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천 후보자의 사의를 수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4당은 이날 천 후보자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당연할 결과라는 의견을 보였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국정난맥상을 반영하는 듯하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정에는 연습이 없다. 애초부터 지명하지 않았어야 할 후보자였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당연한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사의를 접수하고 천 후보자를 내정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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