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SPA브랜드 'SPAO' 10월 출시
박성경 부회장 "한국형 유니클로 만들겠다"

"한국은 뛰어난 패션 역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패션 자존심을 잃어가고 있다. 일본의 '유니클로'가 있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스파오'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이랜드 그룹 박성경 부회장은 1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포부를 밝히며 오는 10월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SPA 브랜드 'SPAO'를 론칭한다고 밝혔다.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란 세계 시장을 상대로 생산부터 소매, 유통까지 한 업체가 모두 운영하는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공급해 '패스트 패션'이라고도 불린다. 일본의 '유니클로',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미국의 '갭' 등이 국내에 진출한 대표적 SPA 브랜드들이다.

SPAO가 벤치마킹한 브랜드는 일본의 유니클로다. 스타일은 유니클로와 외견상 차이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차이가 많다는 게 이랜드의 설명이다. 10~20대 고객이 주력인 유니클로와 달리 5세부터 45세까지 전 연령대(All Generation), 즉 가족이 같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 한국인 체형에 맞는 디자인만 전담하는 별도 팀이 있을 정도로 맞춤형 디자인 핏(Fit)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가격도 유니클로보다 20% 이상 싸다. 티셔츠와 후드티, 스웨터, 카디건은 유니클로보다 1만원, 남방은 1만4000원, 데님과 다운점퍼는 2만원이나 저렴하다. 박 부회장은 "유니클로가 1980년 일본 거품 경기 붕괴 이후 실용성을 중심으로 내세워 성공한 것처럼 SPAO를 '한국형 유니클로'로 만들겠다"고 단언했다.

대표 브랜드 육성을 위해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한류스타들을 대거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패션사업 부문에서 상호 제휴하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SPAO에서 얻는 수익은 이랜드 51%, SM 49%의 비율로 배분된다. 이에 따라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는 SPAO의 1대 광고모델로 활약하게 되며, 매장에는 '소녀시대 라인', '슈퍼주니어 라인' 등의 카테고리가 생길 전망이다.

SPAO 1호점은 '패션 1번지' 명동에서 둥지를 튼다. 명동은 자라, 포에버 21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총 밀집돼 있는 각축장이기도 하다. 이랜드는 명동에 약 1000평의 대규모 매장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만큼 1호점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명동점의 상품 스타일 수는 유니클로보다 2배 가량 많고, 여기에 다양한 색상을 추가할 경우 고객 입장에서는 5배 가량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게 이랜드 측의 계산이다.

박 부회장은 "명동, 강남 등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 대도시의 핵심상권에도 브랜드 가치를 알릴 수 있는 플래그숍 매장을 올해 3~4개 추가 출점할 계획"이라며 "모든 매장은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9월 말쯤 SPAO 온라인몰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SPAO는 올해 5개 매장에서 150억원을 매출 목표로 잡고, 2012년까지 SPA 직영매장을 100개까지 늘려 국내에서만 연간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는 국내 SPA 시장에서 SPAO 론칭 2주년이 되는 2011년에 유니클로 매출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해외진출은 2012년 중국을 시작으로 이랜드 법인이 있는 영국과 미국, 인도 등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연간 50%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SPAO가 연착륙할 경우 2015년까지 전세계 매장에서 2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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