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사용하는 휴대전화 한 대에는 금 0.02g 정도가 들어 있다. 휴대전화 1만대에서 금을 추출하면 3.75g짜리 돌 반지 53개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PC 중앙처리장치에도 기종에 따라 금이 0.05~0.2g이 포함돼 있다. 이 정도면 웬만한 금광보다 경제성이 앞선다고 한다. 금광석 1t에서 평균 금 5g 안팎을 얻을 수 있는 데 반해 휴대전화 1t에서는 200g,PC 1t에서는 52g이나 추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휴대전화에는 은 구리 망간 규소 니켈 텅스텐 팔라듐 등 다양한 금속이 포함돼 있다.

가전제품 가운데 재활용 가치가 가장 높은 건 에어컨이다. 1대를 재처리하면 8만7000여원이 남는다. 구리와 알루미늄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원자재 값이 폭등했던 지난해 상반기엔 에어컨 대당 재처리 수익이 20만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세탁기는 2만6000원,TV는 5000원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버려지는 휴대전화는 1300만대가 넘는다.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매년 수백만대씩 폐기처분된다. 그런데도 금속 재활용 비율은 2007년 기준으로 구리 12.3%,알루미늄 18%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로 수출되는 금속 폐기물을 국내에서 처리해 금속 재활용률을 20%만 높이면 연간 약 3조원의 무역수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정도면 '도시광산(urban mining)'으로 손색이 없다.

원자재로 활용되는 금속자원의 30%를 도시광산에서 충당할 경우 연 15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줄인다니 일석이조(一石二鳥)다. 지식경제부가 최근 도시 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입지규제를 완화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내용의 '도시광산 활성화 정책 패키지'를 마련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삼국지 동이지의 기록이나 고분 부장품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선 삼국시대 이전부터 광산활동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금광개발이 붐을 이뤘던 1930년대에는 3000개가 넘는 광산이 있었으나 지금은 사실상 맥이 끊겼다. 이제는 폐전자제품에서 광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은 버려지는 휴대전화 가운데 300여만대만 회수되는 실정이라니 재활용에 대한 생각만 바꾸면 경제성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전자제품이 워낙 다양하고 많아 도시광산 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그 제품들을 모아서 잘 활용하는 일만 남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