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한화 등 대기업 그룹들이 하반기에 잇따라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대 5조원을 투자, LCD 라인을 증설할 방침이며 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SDI 삼성전기 등 다른 삼성 계열사들도 설비투자를 적극 검토중이라고 한다. LG디스플레이는 3조2700억원을 들여 파주 8세대 LCD 생산라인을 증설키로했으며 한화그룹 역시 올해 투자비로 1조8000억원을 집행하는 등 앞으로 3년간 태양광사업,열병합 발전소 건립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 6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創出)이나 소비진작을 위해 기업투자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소식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사내 유보금을 쌓아 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사실 지금처럼 기업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도 드물다. 올 상반기 우리 경제가 그나마 회복세를 이어간 것은 모두 171조5000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집중적 재정 투자의 덕이 컸다. 그러나 하반기 재정 투입 여력은 추경을 포함, 101조3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여 정부 개입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세계 경기 회복 지연으로 하반기 수출 전망도 썩 밝지만은 않다. 윤증현 장관이 어제 위기관리 대책회의에서 "하반기에는 민간의 설비투자 확대로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脈絡)에서일 것이다.

물론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데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기업들이 자구노력과 구조조정 압박을 받는 상황을 감안하면 무조건 투자를 늘리라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연구개발 투자와 자동차 산업 등에 대해 각종 세제지원을 벌이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이에 상응하는 투자로 화답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 과제는 모처럼 물꼬가 터진 기업투자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며 경기회복을 이끌도록 하는 일이다. 정부는 아직도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를 하루속히 없애고 예정된대로 법인세 인하도 추진해야 한다. 기업 역시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불황기에 과감히 투자하는 '기업가 정신'을 적극 발휘할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