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 반(反) 금속노조 기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지부 산하 정비위원회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조합비 납부를 거부키로 한 데 이어 16일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했다. 정비위 관계자는 "현재 기업지부인 현대차지부를 지역지부로 전환하려는 금속노조 방침에 현장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금속노조 탈퇴 결의는 이 같은 정서를 대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은 2007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후 실질적인 혜택을 본 게 거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지역지부로 전환할 경우 자신들이 납부하는 조합비 중 절반 이상이 금속노조와 지역지부로 빠져나가 '남 좋은 일'만 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 현장 조직인 전현노(전진하는 현장 노동자)는 "1년 조합비 107억원 중 금속노조가 48억원을,현대차 지부가 59억원을 운용해 왔는데 지역지부로 전환되면 60%가 금속노조와 지역지부로 배분되고 현대차노조 예산은 40%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전현노는 "금속노조 조합비의 34%를 현대차지부가 부담하고 있지만 금속노조가 현대차지부를 위해 해주는 것은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현장조직 '묵향'도 "우리나라 최대 노조가 자체 결정을 못하고 상급단체에 끌려다녀야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현장조직 낮소모(낮은 소리들의 모임)는 "산별노조 전환 후 현대차노조만 정치적 파업을 하고 나머지 사업장은 파업 없이 슬그머니 타협해 항상 우리 조합원들만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아이디 '조합원'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금속노조에 귀중한 조합비를 상납하는 대신 현대중공업 노조처럼 탈퇴해 조합원 복지 예산으로 쓰자"고 주장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