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CEO들이여 '좌史記 우三國'으로 불황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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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는 사기,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들어라
밍더 지음/ 홍순도 옮김/ 더숲
밍더 지음/ 홍순도 옮김/ 더숲
기원전 208년 초 회왕은 휘하 장군들에게 "먼저 진의 군사를 격파하고 수도 함양으로 진격하는 사람을 왕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유방은 부하들을 이끌고 단숨에 함양의 턱밑까지 진격했다. 그 위세에 눌려 진의 황제 자영이 항복했다. 참모들이 황제를 죽여 후환을 없애자고 주장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즉위한 지 얼마 안 되는 황제를 살해하면 백성들의 인심을 잃는다"며 투항한 왕을 살려주고는 인근 현의 노인들을 불러 "진나라의 잔혹한 법을 폐기하고 오늘부터 사람을 해치거나 도둑질하는 자를 다스리는 '약법삼장'을 선포하겠으니 놀라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기 바란다"고 말한 뒤 군사를 물려 교외에 주둔했다. 진나라 백성들은 감격했다.
그러나 얼마 후 항우가 입성해 이미 투항한 왕을 죽여버리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았다.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항우는 나중에 논공행상 과정에서 라이벌인 유방을 오지로 보냈다. 그런데 유방은 봉지로 가는 길에 군사를 돌렸다. 백성들은 '약법삼장'의 감격을 잊지 않고 그를 환영했다. 그 덕분에 유방은 물산이 풍부한 이곳을 근거지로 삼아 동쪽의 중원을 공략할 수 있었고 항우와의 결전에서도 승리했으며 서한 왕조를 세울 수 있었다.
'약법삼장'으로 일생의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유방의 리더십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지도자의 덕목이다. 이 같은 교훈은 중국의 고전명저 속에 촘촘히 박혀 있다. 《왼손에는 사기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들어라》는 130권 52만자 분량의 《사기》와 시대를 초월한 베스트셀러 《삼국지》의 지혜를 골라 한데 엮은 것이다. 《사기》는 3000년 동안의 역사기록이면서 문학성과 철학성을 갖춘 '절대 문장'으로 꼽힌다. 《삼국지》 역시 역사성과 소설적 재미를 갖춘 불후의 고전 명작이다.
인문학 열풍 속에 많은 이들이 기본으로 돌아가 고전에서 답을 구하려는 요즘,시대를 뛰어넘는 인간학의 보고를 한 권에 농축시킨 이 책의 효용가치는 매우 크다. 한마디로 "CEO(최고경영자)들이여 '좌 사기(史記) 우 삼국(三國)'으로 불황을 넘어라"고 격려한다.
《사기》에 등장하는 직업만 1300가지를 넘는다니 그 속에 인간과 경영의 지혜가 얼마나 응축돼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게다가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들의 쟁패와 용병술은 사람뿐만 아니라 '일'의 효용비법까지 체득하게 해준다.
이 책은 상편인 《사기》에서 <항우본기 제7> <월왕구천세가 제11> <오자서열전 제6> 등의 주요 내용을 통해 황제 · 제후에서부터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여러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하편 《삼국지》에서는 역사 속에 집약된 처세술과 치밀한 전략들을 소설적 구성으로 보여줌으로써 글 읽는 재미와 인생의 진수를 함께 전해준다. 700쪽에 가까운 분량인데도 부담 없이 읽힌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지 에피소드별로 각각에 맞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왜 왼손에는 사기,오른손에는 삼국지일까.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동쪽을 서쪽보다 중시하고 우대했다. 동쪽은 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반세기를 다룬 《삼국지》에 비해 중국 역사 5000년 중 3000년을 다루고 있는 《사기》가 역사적 비중에 있어서도 훨씬 큰 중요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왼손에는 《사기》,오른손에는 《삼국지》가 위치한 것이다. 두 권은 서로 다루고 있는 부분이 다르다. 《사기》는 사람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삼국지》는 삼국의 경쟁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큼 주로 어떤 일에 대한 방법과 대책 등이 중심이 된다. '
그러나 '사람'과 '일'에 관한 것을 두루 아우른다는 점에서 스스로 좌우 균형을 이루는 책이기도 하다. 새가 양쪽 날개로 하늘을 나는 원리와 닮았다. 이번 휴가 때 배낭 속에 꼭 넣어갈 필독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그는 "즉위한 지 얼마 안 되는 황제를 살해하면 백성들의 인심을 잃는다"며 투항한 왕을 살려주고는 인근 현의 노인들을 불러 "진나라의 잔혹한 법을 폐기하고 오늘부터 사람을 해치거나 도둑질하는 자를 다스리는 '약법삼장'을 선포하겠으니 놀라지 말고 편안하게 지내기 바란다"고 말한 뒤 군사를 물려 교외에 주둔했다. 진나라 백성들은 감격했다.
그러나 얼마 후 항우가 입성해 이미 투항한 왕을 죽여버리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았다.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항우는 나중에 논공행상 과정에서 라이벌인 유방을 오지로 보냈다. 그런데 유방은 봉지로 가는 길에 군사를 돌렸다. 백성들은 '약법삼장'의 감격을 잊지 않고 그를 환영했다. 그 덕분에 유방은 물산이 풍부한 이곳을 근거지로 삼아 동쪽의 중원을 공략할 수 있었고 항우와의 결전에서도 승리했으며 서한 왕조를 세울 수 있었다.
'약법삼장'으로 일생의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유방의 리더십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지도자의 덕목이다. 이 같은 교훈은 중국의 고전명저 속에 촘촘히 박혀 있다. 《왼손에는 사기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들어라》는 130권 52만자 분량의 《사기》와 시대를 초월한 베스트셀러 《삼국지》의 지혜를 골라 한데 엮은 것이다. 《사기》는 3000년 동안의 역사기록이면서 문학성과 철학성을 갖춘 '절대 문장'으로 꼽힌다. 《삼국지》 역시 역사성과 소설적 재미를 갖춘 불후의 고전 명작이다.
인문학 열풍 속에 많은 이들이 기본으로 돌아가 고전에서 답을 구하려는 요즘,시대를 뛰어넘는 인간학의 보고를 한 권에 농축시킨 이 책의 효용가치는 매우 크다. 한마디로 "CEO(최고경영자)들이여 '좌 사기(史記) 우 삼국(三國)'으로 불황을 넘어라"고 격려한다.
《사기》에 등장하는 직업만 1300가지를 넘는다니 그 속에 인간과 경영의 지혜가 얼마나 응축돼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게다가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들의 쟁패와 용병술은 사람뿐만 아니라 '일'의 효용비법까지 체득하게 해준다.
이 책은 상편인 《사기》에서 <항우본기 제7> <월왕구천세가 제11> <오자서열전 제6> 등의 주요 내용을 통해 황제 · 제후에서부터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여러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하편 《삼국지》에서는 역사 속에 집약된 처세술과 치밀한 전략들을 소설적 구성으로 보여줌으로써 글 읽는 재미와 인생의 진수를 함께 전해준다. 700쪽에 가까운 분량인데도 부담 없이 읽힌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지 에피소드별로 각각에 맞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왜 왼손에는 사기,오른손에는 삼국지일까.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동쪽을 서쪽보다 중시하고 우대했다. 동쪽은 왼손에 해당하는 것으로,반세기를 다룬 《삼국지》에 비해 중국 역사 5000년 중 3000년을 다루고 있는 《사기》가 역사적 비중에 있어서도 훨씬 큰 중요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왼손에는 《사기》,오른손에는 《삼국지》가 위치한 것이다. 두 권은 서로 다루고 있는 부분이 다르다. 《사기》는 사람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삼국지》는 삼국의 경쟁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큼 주로 어떤 일에 대한 방법과 대책 등이 중심이 된다. '
그러나 '사람'과 '일'에 관한 것을 두루 아우른다는 점에서 스스로 좌우 균형을 이루는 책이기도 하다. 새가 양쪽 날개로 하늘을 나는 원리와 닮았다. 이번 휴가 때 배낭 속에 꼭 넣어갈 필독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