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그린카 분야 글로벌 톱 3를 노리는 현대자동차가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주요 자동차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2012년 현대차 전 차량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양사가 기술협약을 맺은 것.연간 12억달러어치의 차량 반도체를 수입해온 현대차는 상당한 수입대체 효과를,삼성전자는 새로운 수익원 개발이라는 과실을 각각 얻게 됐다.

두 회사와 이들의 반도체 · 자동차 분야 부품협력 업체인 씨앤에스테크놀로지 에스엘 등 4개사는 16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자동차-반도체 상생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지식경제부가 주도하는 신성장동력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협력 분야는 스마트 키,자동주차 및 배터리 센서용 칩에 들어가는 반도체다. 이현순 현대 · 기아차 부회장은 "파급 효과가 큰 분야를 우선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에는 정부 지원금 100억원과 기업 투자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이 투입된다.

지경부가 산파 역할을 하긴 했지만 양사가 손을 잡은 이유는 서로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로서는 차량 반도체는 갈수록 많이 쓰이는데 독자 개발할 역량이 없다는 게 문제다. 1980년대 자동차 가격의 1% 수준이던 차량 관련 전자장비의 비중은 현재 20%까지 높아졌으며 2015년에는 4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이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도 차량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이번 제휴와 관련,"현대차가 잘난 신랑이라면 삼성전자는 평범한 신부"(지경부 관계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삼성은 현대차와의 제휴에 목말라했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를 석권한 삼성이지만 비메모리 분야인 차량 반도체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업체인 현대차만 꽉 잡을 수 있다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삼성의 셈법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은 "반도체 비메모리 분야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양사 제휴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2012년 성과를 지켜본 뒤 본격적인 시설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이번 개발로 2013년까지 1조9000억원 규모의 수입 대체와 44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이 부회장은 "현대차는 올해 3조원을 R&D 분야에 투자하고,그룹 차원에서도 올초 발표한 9조원을 웃도는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