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한꺼번에 규제 풀리니 '용수철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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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넘치는데 규제완화ㆍ개발호재 등 맞물려
"실물경기 회복 관계없이 집값 오를수도" 지적
"실물경기 회복 관계없이 집값 오를수도" 지적
올봄부터 불붙기 시작한 강남권 재건축추진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위기와 급격한 실물경기 침체로 '대충 오르다 말 것'으로 판단했던 정부와 전문가들도 긴장할 정도로 상승열기가 뜨거운 탓이다.
원인 분석과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 부처 간에도 대응 태도와 시각이 엇갈릴 정도다. 석 달 새 오름폭이 워낙 가파른 데다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안보이기 때문이다. 개포주공1단지와 잠실 일부 단지의 경우 실거래가격이 2006년 말의 사상 최고가를 가볍게 뛰어넘어 '버블 논란'을 부를 정도다.
◆왜 오르나
강남 재건축추진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억눌렸던 요인이 풀리면서 나타나는'용수철 현상'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물경기에 관계없이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이른바 '4대 요인' 즉 △시중 유동성(800조원)과 저금리 △무방비에 가까운 규제완화(임대 ·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폐지 · 완화,재건축조합원 지위양도 허용,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 축소) △한강초고층 건립 허용 등 경기부양용 개발계획 △투자수요 유발로 인한 수급 불균형 심화 등이 '패키지'로 맞춰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일부에서는 실물경기 침체가 심각한데 부동산 가격이 오르겠느냐는 의견도 있지만,사실 지금까지 우리 부동산시장의 경우 실물경기와 맞물려서 과열양상을 보였던 적은 없었다"며 "외환위기 이후 2000년 말부터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를 때도 경기상황은 나빴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규제 경고 약발 '글쎄'
강남권 재건축과 '버블세븐' 지역 집값 오름세가 지속되자 정부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추가 인하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부동산 시장 '돈줄 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김 원장은 지난 15일 "집값이 계속 오르면 LTV를 추가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TV를 60%에서 50% 이내로 하향 조정한 지 일주일 만에 또다시 향후 집값동향에 따라 40%로 더 낮추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의 잇단 부동산시장 압박과 달리 정작 관할부처인 국토부는 거래량과 부동산 가격 동향을 볼 때 수도권 내 전반적인 집값 불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과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방 미분양 누적,건설업계의 경영난으로 인한 신규 공급 축소,급격한 실물경기 악화 등의 요인으로 부동산시장 전반의 과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부동산 업계와 수요자들의 관심은 이번 강남권 재건축 급등이 5년 전처럼 부동산시장 과열의 '불씨'가 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또 정부가 과열방지 방편으로 검토 중인 '대출규제'가 약발이 먹힐 것인가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강남권 재건축 급등세가 주택시장 전반을 달구게 할지 전망이 분분하지만,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부의 대출규제 정도로는 재건축 오름세를 주저앉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집값이 비싼 강남권 투자자본의 경우 대부분 은행신세를 별로 지지 않는 여유자금이기 때문에 대출한도 규제와 금리 인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