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강보합권에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 미국 상업은행의 실적 발표가 증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7일(현지시간)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은행, 메릴린치가 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국내 증시는 지난 13일 급락세로 우울하게 한 주를 시작했지만 골드만삭스, 인텔의 깜짝실적에 힘입어 랠리를 탔다.

하지만 17일 1440선 위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재차 1430선 초반으로 미끄러지며 상승탄력이 현저하게 둔화된 상태다.

최근 고공행진을 하던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 은행주가 급등 피로감에 하락세도 돌아섰다. IT(정보기술)주 강세에 앞장섰던 삼성전자도 소폭 강세에 그치고 있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연속 상승했지만 13일 급락으로 주가는 여전히 박스권에 위치하고 있다"며 "미국 BOA와 씨티은행의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는 이번 주말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연구원은 "높아지는 신용카드와 모기지 연체율로 추가적인 자산상각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이 같은 상황에서 미 상업은행의 실적이 잘 방어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연체율 증가 부담이 실적에 그대로 전이되고 있을 경우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실물경제의 개선이 상당히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 연구원은 "국내 금융업종 주가도 현재 중요한 구간에 위치하고 있다"며 "미국 금융기관의 실적발표로 국내 금융업종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중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주요기업의 실적이 다음주 중반 이후에 몰려있어 단기적으로 시장은 국내 변수보다 해외 변수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신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가 골드만삭스와 인텔의 호실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업은행의 실적이 기대보다 좋지 못할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상업은행의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하거나 넘어서야 국내 증시의 박스권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오는 22일에는 웰스파고, 뉴욕멜론, 모건스탠리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고, 최근 파산 논란이 나온 CIT는 23일에 실적을 공개한다. 카드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23일 실적을 발표한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