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는 공학적 지식과 함께 미적 감각이 필요한 직업이다. 국제건축사협회(UIA)가 대학 건축학과의 디자인 커리큘럼을 강화해 5년간 교육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서울대 홍익대 등은 2002년부터 건축학과와 건축설계학과를 분리하고 건축학과를 5년제로 개편해 신입생을 받고 있다.

건축사는 변호사나 의사처럼 국가 공인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으로,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5년간의 실무경험이 있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통상 대학 졸업 후 1차 시험을 치르고,건축사 사무실에 들어가 5년간 일한 뒤 2차 시험을 쳐 자격증을 얻는다. 채용과 자격증 취득 준비까지 감안하면 군복무를 해야 하는 남자의 경우 30대 중반에야 건축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건축사의 일에는 건축물 설계뿐만 아니라 건축 과정의 감리와 감정도 포함된다. 건축사법에 따르면 건축사 사무소를 등록해야 설계와 관련한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건축사 사무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할 경우 자격증이 있더라도 설계 업무는 할 수 없다. 실제로 건설회사나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에 소속된 건축사 상당수가 건축 설계가 아닌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독자적인 사무소를 등록한 건축사는 서울에만 4000여명,전국적으로는 1만명에 이른다. 1990년대 초반까지 매년 200~300명 뽑던 것을 문민정부 때 매년 1000명씩 뽑는 바람에 숫자가 급격하게 늘었다. 게다가 최근 건설경기가 위축돼 많은 건축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3.3㎡당 설계비는 보통 5만~10만원 선인데 건축사들 간의 경쟁으로 값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올해 들어 나타나고 있다.

급여는 건축사 사무소의 규모와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직원 500명 이상인 대형 건축사 사무소의 경우 대졸 초임이 2500만원 정도이지만 규모가 작은 곳에서는 더 떨어진다. 큰 사무소라도 1년에 뽑는 직원이 10~40명 정도에 불과해 경쟁이 치열하다.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성과와 경력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이 경우에도 건축사 사무소 소속 소장(부장급)의 연봉은 대형사를 기준으로 5700만원 선에 불과하다. 그래서 많은 건축사들이 어느 정도 이름이 나면 개인 사무소를 차려 독립한다.

구철회 대한건축사협회 총무팀장은 "개인의 창의성이 중요한 전문 직종인 만큼 공모전 입상 등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