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42일간 못뽑아 '최장' 계류 법안만 3480건 달해
昌 "자괴감 든다" 기념식 불참
제헌절을 맞은 18대 국회는 부끄러운 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최장 기간 국회의장 미선출(42일)과 본회의장 점거(14일) 등 역대 국회에서 작성된 각종 불명예 기록을 하나둘 갈아 치우고 있다. 1년 남짓한 기간에 파행일수(153일)는 15대 국회(256일)에 이어 벌써 역대 2위다. 여야가 동시에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추태를 보면 1위에 오르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18대 국회는 출범부터 꼬였다. 여야간의 원구성 마찰로 헛바퀴를 돌리느라 개원(2008년 5월30일) 이후 42일 동안이나 의장 선출을 하지 못했다. 헌정 60년 사상 최장 기간 의장 공석이었다. 1996년 15대 국회 당시 40일 동안 의장 선출을 하지 못했던 직전 기록을 깬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해 12월24일부터 올해 1월6일까지 쟁점법안 처리 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14일간 점거한 것도 '신기록'이다.
점거와 장외투쟁 등의 여파로 7월17일 현재 18대 국회는 289일의 개회일수 중 53%인 153일을 파행으로 허송세월했다. 아직 반환점도 돌기전에 △14대(133일) △13대(103일) △12대(28일) 국회의 4년간 파행일수를 훌쩍 뛰어 넘었다.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던 15대 국회(4년간) 공전 일수(256일)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아직 임기가 2년도 넘게 남은 것을 고려하면 1위 자리는 떼어놓은 당상인 것 같다.
이런 국회가 생산성이 높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18대 국회에는 개원 이후 현재까지 5206건의 법률안이 제출됐다. 이 중 33.1%인 1726건만 처리(가결 대안폐기 철회 등)됐다. 같은 기간 17대 국회의 법률안 처리율(47.6%)에 턱없이 모자란다.
본회의 횟수는 54회로 17대(59회)에 비해 크게 빠지지 않는다. 모이기는 많이 모였는데 입씨름만 하고 정작 법안처리를 게을리했다는 결론이다. 여야가 합의를 못 이뤄 직권상정한 법안 수(37건)도 같은 기간 17대 국회(14건)의 2배가 넘는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날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볼썽 사나운 모습에 자괴감이 든다"는 이유로 제헌절 기념식에 불참했다. 이 총재는 "제헌국회가 헌법을 만든 날까지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농성 점거하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헌법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제헌절을 축하할 자격이 있는지 자괴심이 차오른다"고 말했다.
차기현/구동회 기자 khcha@hankyung.com